
"10년 동안 돈 한 푼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서 집 사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최근 강남의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직장인 김정우(가명, 31세)씨의 말이다. 국민은행연구소가 지난 23일 "연소득을 전혀 쓰지 않고 10년 이상 모아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살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자 그는 이같이 푸념했다.
김 씨는 현재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그는 연일 쏟아지는 집값 하락 소식에 집을 사려고 알아봤지만, 집값이 여전히 비싸 '내 집 마련의 꿈'을 당분간 미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거래에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 김 씨처럼 아직도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주식과 펀드 등 다른 자산에 돈이 묶인 사람들이 많아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아파트 계약자들은 분양가를 낮춰달라고 건설사에 요구하고 있는가 하면 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대가로 분양가를 인하해달라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건설사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건설사들이 그동안 부동산 활황기를 틈타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높여 전반적으로 집값을 올렸다는데 있다. 최근 1~2년간 수많은 건설사들이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사실을 보면 명확하다. 주택 수요자들은 높은 분양가의 아파트들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경기 침체와 맞물려 미분양 물량은 대폭 증가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의 시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왜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지 또 기존 계약자들이 왜 분양가를 낮춰달라고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다가오는 기축년 새해에는 고분양가 논란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건설사들이 없기를 바란다. 또 건설사들이 사람들에게 "성실하게 돈을 모으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