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약통장 가입 8년 만에 수도권 한 아파트에 당첨된 K씨(42)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계약 이후 중도금이나 잔금을 빌려야 하는 집단대출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아서다.
K씨가 당첨된 아파트의 공급업체는 금융권으로부터 집단대출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해당 업체의 신용이 문제이지만, 그만큼 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은행들도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개인대출이 원활한 것도 아니다. 설령 대출을 받더라도 잔금 납부 때에 같은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래저래 당첨을 포기할 지 여부를 두고 K씨의 고민은 크다.
금융권의 지나친 자기보호가 건설업체들은 물론 국민들의 주거안정도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으로 시중은행들은 우량기업의 사업장이 아닌 경우 아파트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2월 중 금융권의 집단대출 금액은 63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74% 가량 감소하는 등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재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사 가운데 집단대출이 가능한 기업은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70%에 달하는 업체들이 집단대출을 알선해 주지 못하고 있다. 설사 대출이 허용되더라도 이전에 비해 대출 비율이 크게 줄어든다.
집단대출을 받지 못하면 계약자들은 기본적으로 입주가 어려워진다. 개별적으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더라도 잔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등기이전이 안된다. 기존주택을 통해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았다면 무조건 상환해야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집단대출이 안될 경우 계약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오히려 해약이 늘고 이 과정에서 계약자와의 크고작은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방은 더 문제다. 은행들의 대출 기피 현상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의 경우 입주시 시세평가에서 분양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평가금액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1/4분기 21%였던 대출증가액 중 지방 비중이 같은 해 4/4분기에는 6%로 대폭 줄었다.
통상 수요자들이 순수 자기자금으로 신규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그만큼 대출 비중이 높다. 때문에 은행들이 집단대출을 지나치게 줄일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 회복은 고사하고 정부의 미분양 해소정책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나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