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에 위치한 좁은 바닷길, '바다가 우는 길목'이라는 뜻의 울돌목. 울돌목의 물이 닿는 바위나 부표 등에는 하얀 물보라가 인다.
최대 유속이 6.5미터에 달하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물살 때문이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 전함을 격파하기 위해 울돌목을 선택한 이순신 장군의 지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400년이 지난 지금의 울돌목에는 빠른 물살을 이용한 또 다른 기념비적인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바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조류(潮流)발전소다.
울돌목에 설치된 시험조류발전기는 헬리컬(Helical)형 발전기로 500kW급 2기다. 총 공사비 126억원(구조물 공사비 92억원, 기전설비 포함 공사비 34억원)이 투입됐으며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국내 순수 기술과 연구진에 의해 시도된 이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설치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실제 설치 과정에서도 두 차례나 실패를 경험하는 등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06년에는 바지선이 표류해 진도대교에 충돌하는 사고가 났고, 2007년에는 엉뚱한 곳에 철구조물이 처박혔다. 지난해 5월에서야 철구조물을 가까스로 제 위치에 설치할 수 있었다.
울돌목 시험조류발전기는 상용 조류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1000kW급이며 43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향후 상용발전이 가능하도록 확장하면 진도군에서 사용되는 가정용 전력의 3.3배인 최대 9만k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울돌목 조류발전소가 상용 발전에 들어가면 매년 200억원, 원유 20만 배럴의 에너지 수입 대체효과와 연간 7만70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산(分散)형 전원으로서 탄소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울돌목 외에 조류발전 유력 호보지로는 진도 인근에 장죽수도(150MW급), 맹골수도(250MW급), 대방수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들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총 조류에너지를 1000MW로 추정했으며, 이를 통한 연간 발전량은 2450GWh, 이산화탄소 저감량은 1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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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것은 조류발전소처럼 탄소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해양에너지는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밀물 때 댐에 바닷물을 가뒀다가 썰물 때 흘려보내는 낙차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조력발전, 파도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파력발전, 온도가 높은 바다 표층과 온도가 낮은 심해층간 열교환을 통해 발전하는 열교환발전까지 다양하다.
조력발전의 경우 내년 하반기 시화 조력발전(25만4000kW급)이 준공예정이고, 가로림만과 해주만, 인천만, 천수만, 새만금 등도 경제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력은 흑산도, 제주도, 영일만, 을릉도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 원장은 "전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 자원이 고갈되고 있고, 기후변화 협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절실하다"며 "풍부한 해양에너지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은 "해양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소는 설치비용이 많이 들지만 연료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며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설치 경험을 살려 조류발전소 시장을 선점하고, 조력ㆍ파력발전소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화석에너지 자원은 부족하지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무한한 해양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울돌목에서 그 무한한 해양에너지가 무(無)탄소 전원(電原)이 되는 희망을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