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간언과 경청이 만드는 소통

[시론]간언과 경청이 만드는 소통

박성중 서초구청장/도시행정학 박사
2009.06.09 09:21

한 국가의 지도자 주변에는 수많은 참모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국가의 중대사를 대함에 있어 사심을 버리고 위민의 정신으로 지도자를 보좌하는 사람을 우리는 진정한 참모라 칭한다. 권력자의 면전에서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는 진정한 참모만이 가진 덕목이다.

중국 최고의 현군으로 추앙받는 당태종 이세민이 혼란한 세상을 잠재우고 역사상 유례없는 '정관의치(貞觀之治)'를 구가했던 것은 바로 훌륭한 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태종은 자신과 왕위 다툼을 벌였던 친형을 보좌한 위징을 중용해 통치 초기부터 신하들의 바른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위징은 "신하가 간언(諫言)을 자신이 위태롭지만, 간언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며 간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당태종은 위징을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거울"이라며 아꼈다. 임금에게 옳지 못한 일을 서슴지 않고 간언한 위징도 대단하지만 그 간언을 기꺼이 받아들인 당태종의 그릇이 더 크고 넓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최고 황금기를 이룩한 세종대왕은 자신의 세자 책봉을 반대했던 황희를 정승으로 앉혔다. 탐오한 죄로 탄핵을 받은 조말생을 중용해 북방영토 경영을 돕도록 하기도 했다. 집안 내력을 묻는 세종의 질문에 실망해 "촌동네 쇠락한 가문 출신"이라고 당돌하게 답한 과거 급제자 성삼문을 중히 여겨 훗날 한글창제 주춧돌로 삼은 일도 있다.

이렇듯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인 당태종과 세종대왕의 국가통치 이념은 리더십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현군 당태종도 위징의 간언에 흥분해 내실에서 칼을 휘두르며 분을 삭였다는 것은 잘못을 지적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려주는 일화다.

경청이 아무리 힘들어도 꼭 필요한 이유는 한 사람이 가진 지식과 능력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입이 1개이고 귀가 2개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2배로 하라는 뜻이라는 탈무드 경구(警句)가 있을 정도다. 경청해야 소통이 이뤄지고, 문제가 해결되고, 최선의 대안책도 찾을 수 있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약을 처방해야 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에겐 응어리가 풀릴 때까지 심경을 들어줄 친구가 가장 좋은 치료약인 것도 같은 이치다.

간언과 경청을 통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위징이 당태종에게 상소했던 "물은 배를 뜨게 할 수도, 전복시킬 수도 있다[水能載舟 亦能覆舟]"는 말처럼 민심을 거스르면 몰락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아무리 명분이 있고 지지 세력이 막강해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장 두려운 것이 민심이다. 대중스타도, 지도자도, 정치인도, 정부도 민심을 잃으면 결국 전복되는 배의 처지가 되고 만다.

오늘도 곳곳에서 나라의 장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 온다.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말이 실감이 나서다. 이같은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쓴 소리 할 수 있는 참모와 이를 겸허히 수용하는 지도자의 소통 리더십이다.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도 간절하다. 우리는 경청이 필요하다. 일방의 경청이 아닌 쌍방의 경청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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