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선제적' 정책대응의 가치가 높아졌다. 우리 경제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기록한 데에는 정부의 선제적인 재정·금융정책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부동산정책도 참여정부에서 형성된 수많은 규제들이 이명박 정부 1년여 만에 대부분이 다 풀렸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또다시 버블 논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당국자들도 부동산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거나, 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고 최근엔 금융규제 강화도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선제적 대응은 현재나 과거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래에 닥칠 문제를 예견하여 미리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선제적 정책대응도 미래의 부동산경기 전망에 기초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9월 이후에도 부동산 경기가 상반기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어려울 것으로 본다. 상반기 부동산시장의 회복을 이끌었던 시장여건들이 반대방향으로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제성장률만 해도 2분기에는 전기 대비 2.6%로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1.0%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7월말까지 예산집행률이 71.5%를 기록했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하반기에는 정부재정지출 규모도 줄어든다.
상반기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8월말 현재 6%대로 올라왔다. 한국은행에서 금년말이나 내년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앞으로 금리가 다시 상반기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상반기에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지난 7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면서 8월에는 증가폭이 다소 줄어 들었다. 9월 들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강화됐다. 상반기 부동산시장 회복을 견인했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공급축소였다고 본다.
실제 상반기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6만7000가구로 전년대비 36%나 줄었다. 그런데 올 9월의 분양예정 물량은 3만가구에 달한다. 서울의 하반기 분양예정 물량은 상반기의 5.6배에 달하는 3만6000가구, 경기도는 상반기의 3배에 달하는 8만1000가구 수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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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부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수도권 그린벨트에 연간 3만가구에서 8만가구로 확대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상반기처럼 주택공급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미분양주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9월부터 주택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실질소득 감소와 실업률 증가라는 실물경기 침체와 맞물릴 경우 미분양은 또다시 증가할 것이다. 특히 수도권 그린벨트에 주변시세의 50~70% 수준에 분양하겠다는 보금자리주택에 비해 민간건설업체 주택은 규모, 입지, 가격 면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분양이 다시 늘어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와 이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 문제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정책은 부동산시장 불안의 원인이 공급부족에 있다고 보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 민간건설업체의 미분양 증가와 주택공급 축소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정부재정지출의 '구축효과'가 부동산시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민간부문의 주택공급도 확대하고자 한다면, 선제적으로 분양가상한제부터 빨리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9월 이후 부동산시장 여건은 상반기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9월 이후의 미래 시장전망에 기초해 선제적이어야 한다. 올 상반기의 일시적인 상승세만 보고 다시 규제강화로 되돌아가선 안된다. 출구전략과 마찬가지로 부동산규제도 내년 이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