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친서민정책을 표방하면서 내놓은 '미소금융'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많다. 기대와 희망이 있는가 하면 무담보·무보증 대출사업이 "서민에게 진정 미소(美少)를 줄까"라는 우려도 있다.
시중은행들이 전담조직까지 만들어 미소금융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대부업체들은 '소액 금융시장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반발하는 모습 등을 보면, '정책 아젠다'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담당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 시점에서 미소금융과 결코 무관치 않은 서울시의 '장터쌈짓돈 사업(Market Loan)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이는 필자가 장터쌈짓돈 사업의 제안자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미소금융서업에 우려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생명을 가진 돈'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미소금융이나 장터쌈짓돈 같은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소액 대출로 빈민층에 희망을 주려 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고안했다. 이 정책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자선'이 아닌 '사업(business)'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수행됐기 때문이다.
유누스의 전략을 살펴보자. 유누스 방식은 대출희망자 일부에게 먼저 대출을 해주고 나머지는 그 다음에 대출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대출받은 사람들은 시골에서 뜨개질로 연명하는 등 서민층이 주를 이뤘다.
일률적으로 대출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대출금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자동으로 이뤄졌다. 부채관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출대상사업도 이른바 '고위험사업'이 아닌 노동집약형 사업이었다. 큰 수익은 없더라도 안정적인 부채상환이 가능하다.
미소금융은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미소금융의 재원으로 쓰일 휴먼기금이나 금융기관의 사회공헌기금은 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사업이 자선사업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유누스 역시 이 사업을 자선사업이나 무담보 무신용 사업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식 은행시스템으로 보면 '무신용 무담보' 대출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용'과 '담보'를 전제로 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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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적합한 유누스식 사업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또 관리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하면 저비용구조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가 서울시의 '장터쌈짓돈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장터쌈짓돈사업은 전통(재래)시장 상인(노점상 포함)들에게 '상인회'를 통해 일정액을 대출해 주는 형태를 취한다. 300만~500만원 가량을 6개월 기한으로 대출해주고 이자는 상인회에서 쓰도록 한다.
실체적인 담보나 보증은 없지만 시장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지속적으로 장사를 하는 만큼 장사를 하는 자리 자체가 무형의 담보가 된다. 이는 비공식적인 '권리금'으로도 볼 수 있다.
상인들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은 상인회다. 민간단체나 새마을 금고 같은 서민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상인회를 통해 대출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상인회에 사업을 맡기면 관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상인들의 모임인 상인회가 이런 사업을 통해 역량이 성숙해지고 커뮤니티에 활력을 준다는 장점도 있다.
미소금융사업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현대적 금융기법 측면에서는 무담보 무신용 대출이지만 내용에서는 결코 무담보· 무신용사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소금융에 쏟아지는 의혹과 걱정의 시선을 거두려면 유누스식 신용시스템을 갖춘 사업형태를 찾아내고 고안해 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