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와 달리 '주택사업 편중'..미분양 적체→퇴출공포 시달려
#주택사업을 위주로 하는 한 중견건설사 A차장은 얼마 전 또한번 허탈감을 느꼈다. 대형건설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나서다. 업종이 같은 건설사지만 연봉삭감에다 구조조정 불안으로 떨어야 하는 회사 처지와 비교돼서다. A차장은 "한때 주택공급의 한축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젠 하루하루 불안에 떠는 신세가 됐다"고 푸념했다.
건설시장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건설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미 대형건설사나 관련 협력사들을 제외하곤 중견 건설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상존한다.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플랜트·토목을 중심으로 한 해외건설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반면 포트폴리오가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된 중견건설사들의 표정은 매우 어둡다.
극심한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2007년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밀어내기식 분양'을 한 단지들의 대량 입주거부 사태가 이어지고 악성 미분양 물량은 지난 6월 말 기준 5만1200가구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 연체가 발생하고 금융권의 상환연장 거부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6월 78조9089억원 규모였던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82조4256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연체율은 3.58%에서 6.37%로 오르는 추세다. 특히 중견건설사들의 PF가 많은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11조8084억원, 연체율은 10.6%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3차 구조조정에 포함된 업체들은 지난해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중견사가 대부분이다. 지역을 대표하던 중견건설사들의 부도도 속출하고 있다.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아직 퇴출 공포에 시달리는 업체도 상당수다.
문제는 올 하반기 시장 전망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사업이 있어야 자금이 순환될 수 있지만 요즘 같은 시장상황에선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에서도 청약률 '제로'가 나올 정도로 위축돼 있어 섣불리 사업에 나섰다간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그나마 서울시내 주요 재건축·재개발사업 수주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조합들은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안정됐고 브랜드인지도나 선호도 높은 대형건설사에 밀린다. 공공공사 수주시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형업체들의 총공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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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들의 주요 수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최근 부채문제로 발주물량을 줄이는 추세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은 그룹 공사만 따내도 실적을 올릴 수 있는데다 최근엔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관급공사까지 독차지해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자산 매각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관리(PM) 용역 등 '부업'에 나서는 중견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중견업체들은 그동안 민간주택 공급의 한축을 담당해온 만큼 현재와 같은 위기가 주택공급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민간부문의 연간 아파트 공급물량 중 중견·중소건설사 비중은 30~40%에 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중견건설사들이 무너지면 민간주택 공급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엔 업체들이 사업 투자를 꺼리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수급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