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선 '복지'가 화두다. 차기 총선이나 대선 모두 쟁점이 될 이 논제를 두고 여야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렇듯 차기 정부는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얼마나 좋은 관련 정책을 내놓느냐가 표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조건없이 복지가 확대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발전과 정체, 퇴보를 거듭해왔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부터 1963년 민정 이양 전까지 무려 19개 복지 관련 입법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이어 1987년 6월항쟁 이후부터 1990년까지 보편적 성격의 국민연금제도와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됐다. 의료보험제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한 것도 이 시기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1997년 말 이후에는 실업대란을 위한 예산 확충과 함께 4대 사회보험제도 정비, 의료보험제도 통합,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시기를 제외하면 복지정책은 사실상 침체내지 정체 상태에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로 돌아와서 전세난 등 최근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최고의 복지는 '주거'와 관련된 사안이 될 수 있다. '무상'이란 표현을 쓴다면 말 그대로 '무상주거'가 최고의 복지가 아닐 듯 싶다. 방법과 대상에 대한 검토와 결정은 필요하지만 실행만 된다면 그야말로 꿈같은 복지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복지 실현은 가능할까. 우선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복지관련 정책은 일단 시작되면 중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책 결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
한때 '요람에서 부담까지'를 외치며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서유럽국가들은 요즘 어떤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거의 완성해온 서유럽국가들은 최근 들어 오히려 복지 혜택을 줄여가는 추세다.
재정 때문이다. 복지정책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선 재정확보가 가능해야 하며 그에 따른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유럽 각국은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연스럽게 복지를 축소하고 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복지는 재정과 경제성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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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지논쟁이 증세논쟁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형편에 맞는 수준의 복지와 그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복지정책 대상을 확대하고 그 수준도 높여주길 원한다. 복지재정을 더 늘려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복지관련 예산확충을 위한 세금부담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이율배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비단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 출신의 테니스 스타 비외른 보리는 많은 세금 때문에 국적을 바꿨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만큼 과다한 세금은 기업들이나 근로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책은 보편타당성이 요구되지만 분명한 효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래 한국형 복지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고도의 판단을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당리당략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동시에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재정부담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으로 정책을 완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