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부동산에세이]'나가수'와 땅콩집

[MT부동산에세이]'나가수'와 땅콩집

안재현 기자
2011.08.18 10:18

요즘 방송에선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이돌그룹이 공중파 음악채널을 독점한 후 그 그늘에 가렸던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드디어 봄날을 맞기 시작한 듯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왕년에 내로라했던 가수들의 열창이 신선하긴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로 가득 찼던 식탁에서 구수한 된장찌개 맛을 본 느낌이랄까.

부동산시장에서 땅콩집이 몰고 온 바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파트'라는 효율성이 극도로 집약된 주거공간에 익숙해지다 못해 세뇌돼 버린 도시민들에게 내 집 앞에 탁 트인 하늘과 땅을 가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비로소 '사는 것'(Product)에서 '사는 곳'(Place)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땅콩집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과 별개로 과연 땅콩집이 아파트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실제 수도권 곳곳에 땅콩집이 조성돼 가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아파트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환금성, 소유권 문제, 직장·교육환경, 치안, 커뮤니티시설 등 아파트와 저울질해야 할 가치도 상당하다.

자산가치와 주거공간으로서의 효율성이 집약된 아파트를 포기하고 마당이 딸린 집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땅콩집의 인기는 그 자체가 확실한 대안이라기보다 일종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마당이 있는 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가치를 희생하고 유목민처럼 수억원의 빚을 짊어진 채로 도심을 떠돌아다녔던 사람들이 믿어온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전국적인 아파트 투기에 내몰렸던 사람들이 환금성도, 시세차익도 기대하기 힘든 단독주택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신화'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시장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대형건설사들은 단독주택사업을 위한 팀을 구성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의 향방을 모색하고 있다.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아파트 수준의 환금성과 편의성을 갖추고도 내 마당과 하늘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 그 접점은 땅콩집도, 단독주택도 아닌 제3의 집이 될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을 어디에서 얼마의 가격에 제공할 것인지가 앞으로 주택업자들에게 남겨진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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