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우선해제後 <1>르포]갈라진 주민들…건축제한 풀리자 건축업자 기웃

◇"재개발해봐야 쫓겨나기밖에 더하겠나"
지난 15일 찾은 강북구 수유2동 강북12재개발 정비예정구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노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비예정구역 해제에 대해선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미 지난 2월1일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 이전에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 동의를 받아 해제 요청을 채운 곳으로 시가 발표한 우선 해제 대상 구역에 포함됐다. 60대 이상 토지 등 소유자들의 비중이 높아 재개발 반대의견이 우세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지역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주민 강필호씨(72·가명)는 "새집을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수천 만원씩 더 내야 하는데 찬성할 이유가 없다"며 "재개발되면 고작 몇푼 보상금 받고 결국 내쫓길 수밖에 없어 반대했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찬성의견이 반대보다 월등히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주민도 상당했다. 수유2동 D공인 관계자는 "주민여론을 들어보면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전체의 30~40% 정도밖에 안된다"며 "그중에도 토지 등 보상금 산정 기준이 공시지가의 120%라는 잘못된 정보를 믿는 일부 강경론자의 목소리가 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은 강북12구역뿐 아니라 우선해제 대상 구역에 포함된 나머지 17개 지역도 비슷하다. 우선해제 대상 구역을 살펴보면 10만9851㎡에 달하는 수유12구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구역면적이 1만~3만㎡에 불과한 소규모 단독주택 정비사업장이다.
거주 주민의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구성되고 이들의 상당수가 임대수익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층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와 각 해당 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다가구 여러 채를 보유한 투자소유주는 재개발 이후 아파트 1가구를 배정받는데 그쳐 임대료가 줄어드는 걸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구역 해제 소식에 빌라건축업자들 '기웃'
재개발 열풍이 잦아든 우선해제지역의 경우 빌라 등 다세대주택 건축업자들이 출몰이 빈번해졌다. 구역해제로 건축제한이 풀리면 매입한 단독주택을 헐고 빌라를 지어 분양할 속셈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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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신설동 동대문1구역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대비면적이 넓고 대로에 접한 단독주택의 경우 구역 해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3.3㎡당 100만~300만원가량 올랐다"며 "이참에 빌라업자에게 팔고 떠나려는 외지투자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빌라와 같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난립하면 난개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우선해제구역 단독주택들 중 절반 이상은 다세대·다가구를 짓기 어려운 곳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결국 빌라를 지을 수 없는 단독주택 보유자들은 단순 개·보수 정도로 주거환경 개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설동 P공인 관계자는 "재개발해서 새 아파트로 들어가느니 빌라를 지어 수익을 얻겠다는 주민들을 어떻게 강제할 수 있겠는가"라며 "빌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 안그래도 심각한 주차난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난개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