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서울 강남권 급등 왜 그런가 했더니…

#주부 심재연(40·가명)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 1억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다른 세입자를 찾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예전 같으면 금액에 맞는 지역으로 이사를 준비했겠지만 대출받아 오른 전셋값을 충당하기로 했다. 자녀의 등하교가 부담스럽고 주변에 전세매물도 없어서다.
매물 기근으로 전세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0~40대 세입자들의 '전세 눌러앉기' 현상이 늘고 있다. 전세금 부담에도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재계약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전세 눌러앉기' 현상은 서울 강남 개포·대치·도곡동을 비롯해 서초 반포동과 송파 잠실동 등에서 주로 벌어진다. 이들 지역은 주로 학군 수요가 몰려드는 곳이다.

강남구 '도곡렉슬'을 주로 거래하는 도곡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지역 내에서 제법 거래를 잘한다고 손꼽히는 우리 업소도 6월부터 전세거래는 한 건이 전부"라며 "집주인이 1억원을 올려도 대부분 세입자들이 눌러앉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이 지역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시 만나 도장을 찍는 일이 80%는 될 것"이라며 "대치동 학원 접근이 좋고 새로 지은 단지여서 30~40대의 선호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잠실의 신흥단지들은 거래 감소로 전셋값이 움직이는 분위기다. 잠실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트리지움 84㎡의 경우 5억5000만~5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6억원까지 올랐다"며 "매물이 없다보니 집주인의 호가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고급 주거 생활권이란 점도 기존 세입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엔 집값이 정체돼 있거나 떨어지는 것도 전세로 눌러앉는 이유가 된다. 집을 살 여유가 있어도 가격이 오르지 않으니 굳이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내가면서 매입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계약이 늘면서 전세거래의 동맥경화 현상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상위 전세입자가 매매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매물을 중위 전세입자가 채우는 식으로 전세거래가 발생했지만, 최근 매매가격이 오르지 않자 전세 수요가 매매로 이동하지 않는 등 순환구조가 경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개점휴업'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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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의 C공인중개소의 경우 최근 두 달간 전세거래를 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월세 거래 한 건을 한 게 전부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등 4개 단지 1만7705가구가 살지만 나오는 전세매물은 손에 꼽는다.
재계약 증가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가뜩이나 지난달 취득세 감면 종료로 매매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전세거래마저 없어 사무실 운영비조차 건지지 못한다는 중개업소가 상당수에 달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잠실동 내에서 거래된 전세 아파트는 5월 149건에서 6월 81건으로 급감했다. 이달들어서도 18일까지 거래된 매물은 불과 27건이다.

잠실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 재계약률이 크게 늘면서 전세매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거래부진의 원인"이라며 "융자가 많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 중개업자들도 외면한 매물만 남았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중 서울시내 전세거래량은 1만6558건. 2월부터 꾸준히 월간 2만1000건 이상 거래돼 오다가 5월 이후 2개월 연속 1만6000건대로 떨어졌다. 아파트 전세거래가 2월 1만3207건에서 6월 8065건으로 크게 줄었고 다세대나 연립주택 거래도 소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매물 부족현상이 장기화되면 재건축 이주 수요가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전세난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내 재건축· 재개발 단지 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이 49곳에 3만여가구로, 강남 개포주공1~4단지와 서초 우성3차 등이 내년 초 이주를 앞두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는 전세 병목현상을 야기시킨다"며 "재건축 사업시기를 늦추는 방식이 전셋값 상승을 방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