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중개업소 공통 매물 등록 폐단…허위매물 수두룩

#서울에 신혼집을 알아보던 A씨는 B온라인 포털에 접속, 전세매물을 확인했다. 전세 품귀가 이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터라 일찌감치 준비하겠단 심산이었다. 보도와는 달리 전·월세 매물은 차고 넘쳤다.
대형 단지일수록 매물은 훨씬 많았다. 안심했던 A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 몇 통을 돌리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음'을 알았다. 마음에 드는 조건의 전셋집은 하나같이 없는 매물이란 답변을 들어서다.
부동산 포털의 허위매물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거래 부진의 몸살을 앓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계가 경쟁적으로 매수자 확보에 나서면서다. 정작 거래 가능 매물은 극소수임에도 다수의 매물이 넘쳐나는 듯한 '착시현상'이 수요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실제로 전세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19일 B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전세물건은 649건이다. 매매와 월세 물건도 각각 638건, 787건이 등록됐다. 임대아파트 266가구를 포함해 2444가구가 거주하는 곳에 2074건의 매물이 등록된 셈이다.
전체 가구수에 비해 매물등록 건수가 더 많은 곳도 있었다. 이 아파트의 28개 동 중 100건 이상 매물이 올라온 곳은 10개동이나 됐다. 110동의 경우 전체 81가구가 거주하지만 포털의 매물 등록건수는 125건이었다. 89가구가 사는 112동은 140개의 매물이 등록됐다. 이 아파트 동에 사는 가구의 1.5배가 매매나 전세, 월세 등 어떤 형태로든 부동산 거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중복매물 등록 문제가 가장 크다. 한 부동산 매물을 한 중개업소가 거래하는 전속매물이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개의 매물을 100개의 중개업소가 함께 취급하면 부동산 정보포털의 해당 단지 매물이 100개가 등록되는 식이다.
잠실 리센츠 아파트의 경우 이날 현재 437개의 전세매물이 등록돼 있지만 중개업소에 확인해 본 결과 실제 보유매물은 대출비중이 높은 전셋집 몇 곳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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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 인근에 중개업소만 200여곳이다. 물건이 한정적이어서 중복매물이 상당하다"며 "매물이 없다고 홍보까지 포기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물을 등록하면 중개업소 연락처가 공개되기 때문에 매수·매도 문의를 받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좋은 매물은 등장 즉시 거래됨에도 포털에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통상 2주 노출 기준 건당 등록비용은 1만1000원. 한 중개업소에서 많게는 수십개 매물을 등록시킨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론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른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된 후에도 해당 물건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거래가 완료된 매물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노출돼 있어 허위매물이 되는 것이다.
신반포역 D중개업소 관계자는 "포털 매물 등록비로 매달 15만원 정도 쓰고 있어 부담"이라며 "등록조차 안하면 전화 한통도 없다. 거래가 끝나더라도 매물정보를 놔두는 게 기본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B부동산 포털 관계자는 "전속매물제가 없어 벌어지는 한계"라며 "허위매물이나 거래완료매물을 등록할 경우 2주간 매물등록을 금지하는 등 페널티 제도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