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뭐해 돈도 못받는데, 이 나라 떠나고 싶다"

"일하면 뭐해 돈도 못받는데, 이 나라 떠나고 싶다"

정진우 기자
2013.08.01 09:31

[르포]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새벽 건설인력시장 동행 취재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인력시장을 방문,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 고용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인력시장을 방문,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 고용부

1일 새벽 4시50분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건설인력시장. 한여름 새벽 공기는 예상보다 시원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가방을 둘러메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한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중년 남성이 보였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인 이 남성은 표정이 어두웠다.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노가다'(주로 건설노동 등 막일을 뜻하는 일본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7월엔 비오는 날이 많아 일을 별로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통상 한달에 20일 이상은 일을 했지만 지난달엔 고작 일주일만 일했다는 것. 하루 일해서 13만원을 받는데, 이중 중개업소에 1만원을 준다. 지난 한달동안 100만원도 벌지 못한 것이다.

5시가 넘자 일용직 근로자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였고, 10분만에 40~50명이 모였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 일거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로하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근로자들은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자 관심을 보이며 방 장관 주변으로 모였다. 방 장관이 자신을 고용부 장관이라고 소개하자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인기(59세, 가명)씨는 "건설현장에서 철근 일을 주로 하는데 요즘엔 일이 거의 없어서 노는 날이 많아 굶어 죽게 생겼다"며 "건설업 자체가 불황이다보니 나처럼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허탕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방 장관은 "정부에서도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데, 정책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인력시장을 방문,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고용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인력시장을 방문,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고용부

5시20분이 되자 인력시장엔 금세 100여명의 근로자가 모였다. 방 장관은 인력시장 바로 앞에 정차된 이동버스에 올랐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매주 한차례 운영하는 '찾아가는 종합지원센터'였다. 이 버스에선 근로자들이 일을 할때마다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해주는 금액(하루 4000원)을 확인할 수 있고, 건설근로자들의 복지 서비스와 취업 알선 등을 돕고 있었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는 건설 사업주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가입한 후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근로 내역을 공제회에 신고하고, 공제 부금(하루 4000원)을 납부하면 공제회는 근로자가 퇴직할때 이를 지급하는 제도다. 공교롭게도 이 제도는 방 장관이 1996년 노동연구원에 있을때 연구를 통해 정책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곳에서도 근로자들의 불만은 터져나왔다. 조경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을 해왔다는 박종석(54세, 가명)씨는 "공공부문 공사는 3억, 민간부문은 100억 이상이어야 공제회에서 퇴직금을 인정해주는데 민간부문에서 주로 10억원 미만의 영세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인정받기 힘들다"며 "20년 일을 해도 퇴직금 적립이 되는 일수가 200일밖에 안되는 사람들도 있다. 퇴직금 인정받을 수 있는 공사규모를 좀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인력시장을 방문, 근로자들과 인근 식당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사진= 고용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인력시장을 방문, 근로자들과 인근 식당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사진= 고용부

동이 트기 시작한 5시30분. 방 장관은 근로자들의 더욱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인근 콩나물국밥집으로 이동했다. 방 장관은 밥을 한숟갈 뜨지도 못한채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받아적기에 바빴다.

방 장관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김창식(57세, 가명)씨는 임금체불에 대한 대책을 호소했다. 그는 "악덕 건설업자들이 돈을 떼먹는 경우가 많아 수 백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지 못했다"며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간 문제인데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며 "법을 강화해 이런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방 장관은 "건설업체들이 노무비를 다른 비용과 구분애 지급하고, 매월 근로자들이 제대로 임금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와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에 대해 임금 지급을 보증하는 '임금지급보증제'를 9월 이후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45세로 인력시장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고 소개한 최민규(가명)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너무 많아서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며 "공사장에 가보면 70%가 외국인 근로자인데, 내가 지금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방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가 필요해서 들어오게 했지만, 결국 문제는 불법 체류자다"며 "합법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해 우리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하고, 불법 체류자들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방 장관은 근로자들이 일을 하러 간다며 자리를 비운 6시가 넘어서야 국밥 한그릇을 비울수 있었다. 그는 "현장에 와서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 보니 이들의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임금체불 문제와 외국인 근로자문제, 건설공제 제도 문제점 등 이들에게 들은 얘기는 꼭 정책에 반영해 해결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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