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세입자도, 매수자도 모두 '열불나는 세상'

8·28 전월세대책 발표 후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세다.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시장이 호전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혼란만 가중됐다.
집을 팔려던 집주인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세입자는 전셋값 급등에 '전세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주택 수요자와 전세난민들은 집구경도 못해보고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주택시장 대혼란'의 시기다.
◇집주인 "집값 오르는데"···팔아야 하나, 좀더 기다려야 하나 '고민'
"암사동 두동짜리 아파트라 2년 동안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외면했는데 지난달 8·28대책 전후로 4억원에 내놓으니 팔릴 것 같다고 하네요."
암사동에 내집 장만을 했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경기 하남시 전셋집으로 이사한 유모씨(39)는 그동안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는 것 같아 부동산중개업소에 알아보니 중개업자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유씨는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매수자가 있을 때 손해를 보고라도 파는 게 좋을지, 좀더 집값이 오를 때를 기다리는 게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전세난민의 시름···집 보여주기도 거부
전월세 세입자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S전자에 다니는 김모씨(42)는 9월말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월세 전환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대형 평적의 낡은 전셋집을 구했다. 김씨는 "가능하면 얼마를 더 올리더라도 재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월 100만원의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새 전세를 구했다"고 말했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잠실 리센츠의 한 세입자는 전세난민이 된 것도 서러운데 주말도 편히 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입자 사이에선 '집 보여주면서 주말을 보냈다'는 말이 흔한 인사가 됐을 정도"라며 "중개업소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로 인해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입자들이 의식적으로 집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통상 재계약을 하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협상할 수 있고 이사비나 중개 수수료도 아낄 수 있어 '버티기'에 들어가는 세입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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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요자, 집 상태 안보고도 계약해 문제
집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소위 '악성 세입자' 거주매물이 시세보다 싸다는 이유로 종종 거래돼 문제로 떠올랐다.
잠실 리센츠의 전용 84㎡ 아파트 2채는 8억9000만~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모두 주택 매수자가 매물확인을 하지 않은 채 계약한 물건이다.
S공인중개사 대표는 "통상 매물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시세보다 2000만원 정도 저렴하다"며 "급매물이 소진되다보니 수요자들이 매물 확인이 안되는 싼 매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묻지마 매매'는 합리적인 경제활동이 아닐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거래라고 경고한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집을 보지 않고 거래할 경우 조망이나 바닥소재, 누수 등 의외의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고 거래사기에도 취약하다"면서 "반드시 물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책임소재를 계약서에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