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셋값'에 세입자 버터자 이사비 '텀터기'..매매·임대가격 동반상승 서민부담만 커져

#노원구 상계동에 살고 있는 한모씨(57)는 최근 전세 세입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올해 초 계약 기간이 만료돼 세입자와 집이 팔리면 바로 나가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한씨는 대출이자 부담으로 인해 하루 빨리 집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막상 매매계약을 하려하자 세입자는 이사비를 요구하며 나가지 않고 버텼다. 한씨는 "세입자가 급한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집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이사하기를 차일피일 미뤘다"며 "결국 300만원의 이사비를 주고서야 내 보낼 수 있었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8·28 전월세대책'을 내놓은 이후 주택시장에선 집주인과 세입자, 수요자간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정부 대책이 전셋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값 상승만 부추기면서 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매매·임대계약을 앞두고 세입자의 '버티기'로 집주인이 골머리를 앓는가하면 세입자의 이사비용을 수요자에 전가해 계약이 무산되는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강모씨(37)는 이달 초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기로 했다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 집주인이 갑자기 당초 계약하기로 한 금액보다 500만원을 더 높여 계약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전세 세입자가 안 나가고 버티면서 이사비로 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8·28대책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기미가 보이니 이해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강씨 입장에서는 갑자기 500만원의 부담이 생기다보니 집 사기가 꺼려졌다. 강씨와 공인중개사가 며칠에 걸쳐 수차례 가격협상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강씨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미뤄졌다.
그나마 계약기간이 남아 버틸 수 있는 세입자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계약기간이 끝나 집을 비워줘야 세입자들은 치솟는 전셋값에 전세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동작구 노량진동 한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박모씨(42)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우라는 연락을 받았다. 재계약을 요청하자 집주인은 전셋값을 4000만원이나 인상했다.
박씨는 "급하게 주변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대부분 가격이 올랐고 그나마 물건조차 별로 없었다"며 "서울 외곽으로 가던지 당분간 월세로 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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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상도동 인근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셋값 폭등과 집값 반등으로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며 "이사비를 요구하며 갈 곳이 없다고 버티는 세입자들 때문에 거래가 성사됐다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