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건설비리를 잡기 위해 획기적인 행정을 펼친다고 하지만 하도급업체들은 여전히 공사비도 제대로 못받는 상황입니다. 실무자들 일거리만 늘어났고 공사대금 빨리 받으려면 더 눈치를 봐야 합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건설비리를 막기 위해 내놓은 원·하도급자 지급관리시스템인 '대금e바로'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씁쓸해 했다. 공공공사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줄이기 위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는 이 시스템을 통해 발주자인 서울시가 법에 따라 서류로 검토해온 하도급이나 장비·자재대금 결제상황을 온라인에서 확인·처리토록 했다. 지난해 도입된 이 시스템은 1년 간의 시범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시 발주공사 전체로 확대됐다.
건설업계는 해당 시스템 중 특히 공사대금을 수령·지급하도록 하는 인출제한은 시공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선금을 주거나 현장에서 인건비를 바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출제한으로 자금흐름이 막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금압박은 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체보다 오히려 하도급계약을 한 기업에 더 가중된다. 원청업체의 상황에 따라 최대 60일인 지급기한까지 결제가 늦어지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현장에선 대부분 당일, 늦어도 15일에서 한 달 단위로 결제가 이뤄진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하청업체들은 그 사이 자금압박을 견디기 위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이자부담이 늘면서 결국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시공 품질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건설업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시공원가가 발주처에 공개돼 수주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도급업체를 적극 관리해 관련비리를 줄이고 시공품질은 높이려 한 시의 목표와 달리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도급 건설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오히려 하도급업체들을 괴롭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도 시스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는 만큼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