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두번 울리는 전셋값]<1> 3년 만에 전셋값 두배 뛴 '용인'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에서 전세를 구하던 임모(41)씨는 최근 본의 아니게 내집장만에 나섰다. 매물이 없어 전셋집을 구할 수 없는데다, 3년여전보다 전셋값이 두배 가까이 급등해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어서다.
4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 공급물량 부족과 전셋값 급등으로 일부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면서 거래가격도 오름세다. 정부의 '8·28 전·월세대책' 효과라기보다는 전세난에 따른 영향이란 게 중개업계 분석이다.
감정원이 발표한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매매가는 전달에 비해 0.05%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아 같은 기간 0.51%나 뛰었다. 특히 서울과 경기가 각각 0.91%, 0.81% 오르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전국 집값은 0.9%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3.84% 급등했다.

용인은 추석 전후로 전셋값이 급등한 지역으로 꼽힌다. 보정동 성호샤인힐즈 84㎡(이하 전용면적)에 전세 1억6000만원에 살던 임씨는 지난 8월 갑자기 집주인이 집을 내놓으면서 다른 전세를 구하다가 아예 매입했다. 당시 전셋값은 이미 2억원으로 올라 있었고 추석이후 2억2000만원으로 또다시 10%나 껑충 뛰었다. 그나마 전세 매물도 없었다.
비슷한 조건의 매매가격은 2억6000만원으로, 전셋값과는 4000만원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임씨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보정동 I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없는데다 분양도 없어 전셋값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매물이 없다"며 "직장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매매전환으로 이어지면서 급매물이 소진돼 집값이 오른 것 같은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용인 마북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태영아파트 84.79㎡에 살고 있는 조모(36)씨는 이사를 염두에 두고 전세·매매 시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3년 반전 1억2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8월 중순 1억9000만원, 추석 직후엔 2억3000만원으로 뛴 것. 3년 반새 전셋값이 두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집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조씨는 "전셋값이 많이 올라 집값 상승도 기대했는데 매매 당시에 비하면 여전히 1000만~2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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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올해 말까지 전셋값이나 집값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집값이 크게 오를 수도 없어 전셋값 역시 더이상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주택 매매는 8·28대책 때문에 거래된다기 보다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면서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는 전세난 회피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지금 주택은 전세난이 일어나야 거래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