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강행한다" vs 중개사협회 "절대 안돼"…요율 현실화·시점 등 이견

전세주택 중개수수료 인하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또다시 회수됐다. 찬성 의원의 변심으로 조례안 발의 요건을 상실해서다. 찬성 의원들이 공인중개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 주택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지난 7일 일부 찬성 의원들의 이탈로 회수됐다가 같은 날 오후 찬성의원을 추가 확보해 재접수됐다.
하지만 이날 상임위로 넘어가기 직전 공동 발의자 한 의원의 찬성 철회로 다시 회수됐다. 이 과정에서 대표발의자인 김명신 의원(민주, 비례)을 포함해 14명이었던 찬성 의원은 9명으로 줄었다. 법안발의 요건은 10명 이상이다.
당초 이번 조례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던 의원들은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심한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안을 공동 발의한 한 의원은 "욕으로 시작해 비아냥으로 끝나는 전화가 10분에 한 번꼴로 온다"고 토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협회 홈페이지에 찬성의원 명단과 전화번호, 이메일, SNS, 홈페이지 등을 공개했다.
김명신 의원은 전날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세 중개수수료 인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만여 회원을 앞세워 장외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벼르는 부동산 중개업계의 반발에도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례 개정안이 두번이나 찬성 의원 이탈로 회수됐지만, 찬성 의원수를 갖춰 재접수를 하면 이달 11일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의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논의절차를 거칠 수 있다.
다만 상임위 통과가 낙관적이지 않아 조례안이 공표되기까지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행정사무감사에서 상임위 위원들이 개정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만약 안건이 다시 회부돼 상임위에서 조례안 상정이 결정되면 12월 정례회의에서 통과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요율 현실화, 시기, 해외 사례 등 시각차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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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와 공인중개사협회 대립 쟁점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요율 현실화 문제다. 3억원 이상 전세계약시 과다요율이 책정돼 시민들의 부담이 크다는 게 김 의원 등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측의 의견이다.
예컨대 3억원짜리 전셋집을 거래할 때 현재 계약자는 0.8%의 상한 요율을 적용받아 최고 240만원까지 중개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2억9000만원짜리 전셋집은 0.3%만 적용돼 87만원까지만 내면 된다. 불과 1000만원 차이로 중개수수료를 153만원이나 더 낼 수 있는 것이다.
협회는 실제 중개수수료 결정금액이 상한 요율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고 설령 그 상한 요율 수준으로 수수료가 결정되더라도 계약자와 중개사간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미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요율 한도가 정해졌는데 조례에서 상한 요율을 낮춰 강제한다면 수수료를 받지 말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현안은 시기 문제다. 협회는 부동산시장 장기침체, 중개사무소 과당경쟁, 소비자들의 정보력 확대 등으로 최고 요율의 절반을 수수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김 의원은 "호황기때 개정한다고 하면 공인중개사들이 받아들이겠냐"며 "전셋값 상승으로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정하기 좋은 시기"라고 못박았다.
외국의 중개수수료에 대한 시각차도 존재한다. 협회는 한국의 중개수수료율은 0.3~0.9%(매매·임대 포함)로 미국의 4~6%, 일본의 3%, 중국의 2.5~2.8%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2년마다 재계약하는 전세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외국의 경우보다 거래가 빈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채현길 공인중개사협회 수석연구원은 "외국보다 거래가 잦다는 통계가 없을 뿐더러 국내에서 중개사무소를 통해 거래하는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는 국토부 자료도 있다"면서 "외국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수수료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와 국회의사당 인근, 서울시의회 등지에 한 달간의 집회신고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할 태세다. 협회 한 관계자는 "생존권 쟁취와 무등록 중개업자 퇴출 등을 목적으로 했던 1999년과 2007년 집회에서 각각 3만명의 회원이 집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