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 보유지분 11.7% 자사주 매입해 상계처리로 가닥

정부가 대한주택보증(이하 대주보)이 주택건설업체들에 빌려준 1조원 규모의 융자금을 전액 환수한다. 환수 과정에서 건설업체들의 재무적 충격을 완화하기 이들이 보유한 대주보 지분을 모두 사들여 융자금 상환 여력을 만들어줄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대주보를 통해 민간업체들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 11.7%를 사들이고 기업들에게 줄 매입대금을 대출금과 상계토록 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주보 융자금 환수를 둘러싸고 상환을 압박해온 정부와 전액 탕감을 요구해온 주택업체간 15년 갈등에 종지부가 찍힐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대주보 지분 매입을 위해 조만간 회계법인 등을 통해 기업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들이 보유한 지분을 자사주 매입 형태로 사들일 방침이다.
주택업계가 보유한 대주보 지분의 액면가는 3784억원이지만 기업평가후 지분 가치는 액면가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진 대주보의 건설기업 대출 잔액은 9887억원 규모다. 주식 가치가 대출액을 밑돌아 차액이 발생하면 별도의 상환 일정을 만들어 환수할 계획이다.
대주보는 지난해 6월말 현재 16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영업이익률은 44%를 넘어섰다. 자기자본은 4조8200억원에 달하는 한편 부채비율은 18%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매우 우량하다.
대주보의 주택업계 지분 매입이 끝나면 대주보 지분율은 △주택기금(55.0%) △금융기관(17.9%) △자사주(26.2%) △한국토지주택공사·정리금융공사 등(0.8%) △기타 0.1% 등이다. 따라서 정부 지배력 확대에 따른 공적 기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대주보와 주택업계가 출자와 융자 관계로 얽히게 된 것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계는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증기관이 필요하다는 정부 판단에 따라 대주보 전신인 주택공제조합 설립에 의무적으로 출자를 했다. 업계는 출자와 동시에 출자금의 80%정도를 연 3~4%%의 저리에 빌려갔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택업체들이 줄도산하자 주택공제조합 부실로 이어졌다. 그러자 정부는 주택기금 2조원을 투입, 1999년 6월 대주보를 탄생시켰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주택업계 출자분에 대해 76% 감자를 단행했다.
독자들의 PICK!
감자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주택업체들은 정부에 대주보 출범 초기 1조원이 넘는 막대한 대출금을 탕감해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상당수 업체가 15년째 돈을 갚지 않는 동안 금리는 1%대로 급격히 낮아졌다.
융자금 회수와 초저금리 문제는 감사원과 국정감사에서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하지만 건설업계 경영난과 업계 감자손실이란 역사적 배경 때문에 정부도 손대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었다.
정부는 이달 28일 대주보 주주총회를 전후로 건설업계에 지분 매입 계획을 공지하고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실제 지분 매입과 융자금 상환은 주택기금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연말쯤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주보가 주택기금의 전담 운용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대주보 재무환경을 정리해야겠다는 판단에 융자금 회수를 결정하게 됐다"며 "지분매입 형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업계의 상환 어려움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