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26일 '미친 전셋값'을 해결하겠다며 '선진화'로 이름붙인 전·월세대책을 내놨다. 월세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해 전세 수요를 월세 수요로 바꿔 전셋값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저금리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에게도 혜택이기 때문에 '일타쌍피'를 노린 한 수였다.
대책이 나올 때만 해도 정부가 세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여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세입자들의 소득공제를 통해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던 집주인들도 찾아낼 수 있는 만큼 세수 차원에서도 의미가 컸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것이 있다. 현행법상 2주택자 이상(기준시가 9억원 이상 1주택자 포함) 월세소득을 얻는 경우 소득을 신고해 세금을 내야 하지만 현실은 거의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세당국도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탈루·탈세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정부가 집주인에게 세금을 물리겠다고 나서자 일이 꼬였다. 집주인들은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겠다"며 전세로 돌리거나 팔아버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 대책 때문에 오히려 월셋값이 오르는 등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전세수요가 더 급증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원한 전세시장 안정, 임대사업 활성화, 세수확보 등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1주일 만에 부랴부랴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방식을 정비하겠다며 보완조치를 내놨다. 2주택 이하 보유자로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단일세율(14%)로 분리과세하고 2년간 유예해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급적용도 하지 않을 테니 '세금폭탄'도 걱정 말라며 다독였다.
과세당국 입장에선 당장 세입자에 대한 월세 세액공제로 줄어든 세수를 벌충해야 하는데 집주인에 대한 임대소득세도 줄여주겠다고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마저도 한 푼도 내지 않던 집주인의 반발이 거세다.
집주인들은 대부분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현실을 정부가 간과해서 벌어진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은 채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묶고 허둥댄 꼴이다. 이렇듯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가 바로잡히지 않는 한 서민주거 안정은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