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2-1>국토부·지자체·소방당국 등 관리주체 혼재에 효율성 '한계'

#2000년 4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주거용 건물은 연면적 661㎡, 비주거용은 495㎡를 초과할 때만 등록 건설기업이 지을 수 있게 하던 규정을 없애고 조그만 건물이라도 아무나 지을 수 없도록 했다. 1999년 6월 화성 씨랜드 참사 이후 1년만에 나온 대책이었다.
#국토부는 올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를 계기로 PEB(샌드위치 패널 건축공법) 건축물은 착공전 구조안전성 심의를 받도록 하고 감리절차도 강화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건축물 안전에 관한 정부 대응의 현주소다. 씨랜드 참사 이후 십수년이 지났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처법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질 못했다.
언제나 사후에는 건축안전 기준을 총괄하는 국토부가 기준을 강화하는 식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관리감독 주체들이 혼재돼 있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다보니 전반적인 감독체계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전남 장성에서 발생한 요양원 화재만 하더라도 소방당국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지자체는 건축물 안전에 관한 규정 위반 여부를 살펴본 다음 국토부는 건축 기준 강화 여부를 논의하는 식으로 후속대책이 진행된다. 원인 분석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기관들이 따로 움직이다보니 시간은 지체되고 사후 대책마저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영수 국토부 건설안전과장은 "국토부가 건축 과정에서 구조적 안전을 맡는다면 준공 후에는 건축물 용도에 따라 각각의 관련법과 기관의 감독을 받는다"며 "관리 체계의 다양성이 존재하다보니 사고 원인 분석도 다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독권 문제는 건축 초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가 소유물이 아닌 경우는 지자체가 인·허가를 내준다. 현재 국내 건축물 중 지자체 인·허가 건이 9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 건축물은 지자체 손을 거친 셈이다.
국토부가 개입할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건축법상 총 공사비가 50억원 이상 공사는 예외로 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자체와 국토부가 각개전투식으로 공사에 간섭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할 뿐더러 관할권 다툼만 벌어진다는 우려에 사실상 지자체에 모든 걸 맡긴다.
관리감독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불시 현장점검을 나가는 것도 불법이다. 공무원과 현장 관계자 사이에서 금품이 오갈 여지가 크다는 게 이유다. 점검 3일 전에 점검 계획을 현장에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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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123층(555m) 규모로 지어지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조차 국토부 공무원들이 현장 점검에 나선 게 지금까지 두 번뿐이었다.
심지어 준공후 건축물 현황도 국토부와 안전행정부가 나눠 관리한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상 1·2종 건축물은 국토부가, 일반건축물은 안행부가 맡는다. 건물에서 사고가 발생해 건물 재원을 파악한 뒤 인명구조에 나서기 위해선 담당 부처가 어디인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건축 초기에서부터 관리, 재난 대응, 사후 대책 마련 등을 지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법률과 감독 당국의 책임지도 체계를 유지하되, 상호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율하고 지시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영도 경동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화재시 철골과 철근콘크리트 건물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방법이 상이한데 국내 소방서에는 건축 전문직이 없다"며 "건축분야 감독기능을 통합·관리할 곳이 필요하며 특수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처할 수 있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