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구, SH공사 '구룡마을 계획안' 반려…백지화?

[단독]강남구, SH공사 '구룡마을 계획안' 반려…백지화?

진경진 기자
2014.06.16 18:17

서울시vs강남구 갈등… 30년 줄타기 끝 무산 위기

강남구청이 최근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제안한 '1가구당 1필지(또는 1주택) 공급 원칙'을 담은 '개발 계획안'을 반려함에 구룡마을 사업이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구룡마을 전경. / 사진=머니투데이 DB
강남구청이 최근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제안한 '1가구당 1필지(또는 1주택) 공급 원칙'을 담은 '개발 계획안'을 반려함에 구룡마을 사업이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구룡마을 전경. / 사진=머니투데이 DB

서울시내 최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30년 줄타기 끝에 결국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와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개발계획 인허가 권자인 강남구청장은 16일 '1가구당 1필지(또는 1주택) 공급 원칙'을 담은 SH공사의 '구룡마을 개발 계획안'을 반려했다.

예산 절감을 위해 토지주들에게 보상비 대신 토지개발권을 부여하는 '일부 환지방식'을 주장하는 서울시 계획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SH공사는 지난 12일 '1가구당 1필지(또는 1주택) 공급 원칙' 아래 토지주가 일정 규모 이하의 단독주택 부지(최대 230㎡), 연립주택 부지(최대 90㎡), 아파트 1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개발 계획안을 강남구청에 전달, 인가를 요청했다.

당초 660㎡였던 최대 환지 규모도 230㎡로 낮췄다. 해당 계획안대로라면 구청에서 주장하는 특혜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토지주 특혜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100% 수용·사용방식'을 고수하며 이 안을 거부했다. 강남구청의 계획안 반려로 구룡마을 개발은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2012년 8월2일부터 2년내 환지계획이 인가되지 않으면 지정이 취소되는데 사실상 남은 기간은 47일뿐이어서다. 서울시로선 지난 2년간 만들어온 계획안을 지금부터 구청 입맛에 맞게 다시 짤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선 강남구청의 행정적 절차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계획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부분에 의견을 달아 돌려보내는 것이 상식임에도 강남구에선 공문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제원 도시계획국장은 "내용이 잘못됐다면 서로 의견을 듣고 수정하면 되는데 아예 그 절차를 거부해 버리니 할 말이 없다"며 "입안이 되더라도 이후 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하고 수정보완 절차를 할 수 있는데 왜 처음부터 대화를 거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구룡마을 개발만을 기다려온 대토지주와 주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임무열 대토지주연합회 회장은 "이제 백지화 되기까진 45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걸 반려시키면 결국 종결되는것 아니냐"며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온 강남을 유토피아로 만든다고 했는데 구룡마을은 도대체 어느 소속이냐. 30년 기다린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토로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SH공사에서 제안한 개발계획안은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기존 시행방식은 '100% 수용사용방식'이었는데 이제와' 혼용방식'으로의 개발 계획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반려했다"고 말했다. 구청은 여기에 토지주 특혜, 법률적 하자 등도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에도 강력하게 촉구했다. 토지주들은 "박 시장이 당선되자마자 보낸 공문을 반려하는데 시장으로서 의견을 명확히 못내고 왜 가만히 있느냐"며 "박 시장도 구룡마을 개발에 대한 입지를 보여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구청 측에 서둘러 하자고 설득하고 감사원 감사까지 자진해서 받았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땐 SH공사의 계획안을 구청에 보내 함께 상의하자고 했는데 더 이상 시장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유귀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은 개발사업이 백지화되면 무력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회장은 "그동안엔 도와주겠다는 시민단체들의 제안을 거절하면서까지 우리 힘으로 해보려고 했다"며 "이 싸움이 어떻게 결론날지 지켜보겠지만 결국 무산된다면 그들에게 손을 빌려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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