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X파일]"40년간 도배만 한 기능사도 건축물 설계·시공·감리 책임자 가능케 했다"

'기술사'는 공학을 바탕으로 고도의 전문기술 지식과 응용능력을 갖추고 현장실무에 적용하는 기술전문가로서 소정의 자격검정을 거친 자에게 주어지는 국가기술자격이다. 이들은 △건설(건축·토목·조경·도시·교통) △전기·전자 △기계 △정보통신 △안전관리 △환경·에너지 △화학 △섬유·의복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기술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면 4년제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6년 이상 실무경험을 쌓거나 기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 중 4년 이상 실무경험이 있어야 한다. 올 4월 기준으로 4만4137명의 기술사가 배출됐다. 이런 기술사 300여명이 거리로 나섰다.
한국기술사회는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역삼공원 과학기술회관 앞에서 '국민안전 위협하는 건설기술진흥법 규탄 및 기술사법 선진화 촉구 2차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거리행진을 펼쳤다. 앞서 지난 5일엔 국회 앞에서 500여명이 모여 1차 집회를 가졌다.
그렇다면 그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격·경력·학력을 역량지수로 점수화해 일정 점수만 충족되면 누구나 특급 기술자로 진입할 수 있도록 변경해서다.
건설기술자 역량지수 기준에 따르면 △자격 40점 △경력 40점 △학력 20점으로 나누고 설계·시공과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자는 75점 이상이면 특급을 부여했다. 건설사업 관리업무 기술자는 80점 이상이어야 특급이다.
기존엔 기술사 자격을 얻어야만 특급이 인정됐지만 기술사 자격 없이도 기능사나 산업기사가 학·경력만으로도 특급기술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를 테면 40년간(경력 40점) 도배를 한 도배기능사(15점)가 학사 이상(20점)의 자격만 있으면 75점이 돼 특급을 받을 수도 있다.
특급이 돼야 공공시설물과 건축물의 설계·시공·감리에서 최고책임자 등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혀 공학적 지식 없이도 현행 개정안대로라면 특급을 받을 수 있다"며 "세월호 사건과 같이 선박의 사용연수를 늘리고 무단 증축시켜 사고가 발생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다.
엄익준 한국기술사회장은 "이 제도는 국가가 오히려 이공계 출신 전문 기술직을 말살하는 역행적인 정책"이라며 "미래 인재들의 이공계 진출 기피현상으로 이어져 국가발전의 방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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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논란도 일고 있다. 공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 건설기술자와 마찬가지로 경력을 인정해주고 10%의 경력을 가산해주기 때문이다. 보통 20~30년간 공무원을 하고 나오면 특급이 된다는 게 기술사회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건설현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건설기술자들을 우대하는 제도로, 현 정부 국정과제인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만들기'에도 부합하는 제도개선"이라며 "2011년도부터 약 20차례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제도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