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세 없이 실현할 수 있다던 박근혜정부의 복지공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잇따라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할 정도다. 논란이 촉발된 것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이다. 두 사안 모두 복지를 위한 증세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우선 복지재원을 마련하되 여의치 않으면 국민 동의를 얻어 증세를 논의하겠다"며 증세를 최후의 수단으로 쓸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증세와 복지'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복지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관련예산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증세가 불가피한 셈이다. 박근혜정부는 2012년 12월 19대 대선 당시 계층에 따른 '선별적 복지'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들의 자립을 강조하는 '한국형 복지제도'를 확립하겠다며 '부자증세'보다 세원확대에 무게를 뒀다. 복지비용의 60%는 세출절약을 통해, 나머지 40%는 세입을 증대해 각각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치른 19대 총선에선 여당인 새누리당이 만0~5세 무상보육과 무상양육, 고교 무상교육, 사병 월급과 수당 2배 인상, 의료복지, 일자리 창출 등을 실현하겠다며 2013~2018년 5년간 75조원의 복지재원을 투입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나라 빚을 지지 않는 복지'를 하겠다는 게 여당의 약속이었다.
곧이곧대로 믿긴 힘들었지만 혹시나 했다. 사실 이 같은 공약이 실현만 된다면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복지천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런 정부가 택한 방법은 간접세 인상과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이었다. 아무래도 법인세나 부자증세는 꺼림칙했던 게다.
사실 이 같은 복지공약은 정부가 눈앞의 세금만 제대로 걷어도 이룰 수 있다. 고의적으로 이익을 축소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는 탈루·탈세가 만연함에도 이에 대한 징수 노력은 상대적으로 게을리한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소득과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월세가구는 전체 주택수의 21% 넘는 377만9745가구(사글세 제외)에 달한다.
이들 월세가구의 월평균 임대료는 25만9422원이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국내 전체 월세가구의 연간 임대료 지출액은 무려 11조7666억원이 넘는다. 이는 집주인들의 연간 월세수익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국토부 자료로 추산한 집주인들의 연간 월세소득만으로도 최대 4조4713억원(공제액 불포함)의 소득세를 걷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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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임대소득과세는 최근 핫이슈가 된 '건강보험료'로도 연결된다. 즉 현행법상 임대소득은 사업소득으로 간주, 관련세금 납부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물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으면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연봉 3000만원의 세입자는 연간 수십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도 연간 1억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은 한 푼의 세금과 건강보험료도 납부하지 않는 셈이다.
상가의 경우 임차인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므로 임대인의 탈루·탈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오래 전부터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낮춰주면서 축소 신고토록 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만연한다.
어디 이뿐인가.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는 탈루·탈세만 차단해도 적어도 연간 수십조 원의 세금을 확보할 수 있다. 결단과 의지만 있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