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달부터 항공사 자율가이드라인 시행추진...조종사노조 "인권침해·초법행정 중단해야"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발생한 독일 항공사 저먼윙스 추락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국내 조종사들의 정신질환을 관리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각 항공사들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조종사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항공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항공사들이 조종사 개인의 정신건강 정보와 범죄경력을 수집·관리·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항공사들이 조종사 심리상담과 면담을 실시해 정신질환을 가려내고 비행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신질환 관련 사안을 신고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먼윙스 사고 이후 조종사의 정신질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며 "지금도 일부 항공사에선 진행하는 사안이지만 더 종합적이고 체계화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달 21일 조종사 정신질환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확정했으며 빠르면 이달 중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적 가이드라인 시행이 미진할 경우 추후 고시를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조종사 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9일 조종사들의 단체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대한항공(24,550원 ▼550 -2.19%)과아시아나(7,040원 ▼20 -0.28%), 제주항공 노동조합,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 등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국토부 가이드라인은 조종사들을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간주하는 인권침해이자 초법적 전시행정"이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조종사 노조는 "국토부가 추진 중인 안은 국제적으로도 유래가 없고 사회적·법적으로 문제가 많으며 엄청난 부작용을 유발하는 초법적인 내용"이라며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조종사들이 오히려 심리적 문제를 숨기게 되고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정신질환 사고위험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미국연방항공국(FAA) 등이 국제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대책은 '조종실내 2인 상주의무화' 정도의 조치가 전부"라며 "그 밖의 대책은 연구조사나 문제점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예방은 조종사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질환 예방활동이어야 한다"며 "이번 가이드라인과 같이 조종사 정신질환자 색출·관리로 오히려 조종사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행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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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노조는 아울러 "가이드라인은 '항공법 제31조에 따른 것'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항공법령 어디에도 항공사에 조종사의 병력과 범죄경력 등 민감정보를 수집, 관리, 처분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초법적 졸속행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조종사 노조는 국토부가 이번 가이드라인을 강행할 경우 국회청원과 집회 등을 통해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의견은 이미 수렴을 했고 조종사 단체들과는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충분히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