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을 추진 중인 30년 이상 아파트에는 단지가 지어질 때부터 함께 자라온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5층 이하 저층 단지의 경우 아파트 높이보다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재건축할 때 이 나무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특별한 일이 없다면 모두 버린다. 비용이 많이 들고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상 단지 내 나무들은 관리가 잘 안돼 상태가 부실하거나 수관(원 몸통에서 나온 줄기)이 적어 볼품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재활용하기 위해 나무를 옮겨 심더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무를 옮길 땐 뿌리를 잘라 분을 떠야 하는데 수령이나 상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를 이식하면 남은 수령이 짧아진다고 지적한다. 버려지는 나무가 아까워도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재건축때 버려지는 나무를 재활용하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준공때 현장조사를 통해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인가를 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선 재건축 현장에선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불만이 상당하다. 수목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을 보존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현장 여건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지적이다.
서울시는 이번 방침을 내놓고도 정작 재건축을 하면서 버려지는 나무가 얼마나 되는지, 몇 그루나 재활용할 수 있는지, 재활용 수목의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 기초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무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재활용할 경우 수요자가 모든 비용을 감당하도록 해 실제로 가져갈 사람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단지의 나무 재활용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정책을 시행할 땐 의도도 좋지만 사전조사나 실태 파악 등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