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라진 '용산 집무실' 반대 현수막 "일단 尹 말 믿겠다"

[르포]사라진 '용산 집무실' 반대 현수막 "일단 尹 말 믿겠다"

조성준 기자, 배규민 기자
2022.03.21 16:25
21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 위치한 삼각맨션/사진=조성준 기자
21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 위치한 삼각맨션/사진=조성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부지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1일 오후. 국방부 인근삼각지역 주변은 평소의 월요일 오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거지, 상권, 사무지역이 섞인 지역의 특징대로 삼각지역 14번 출구 앞 상권은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만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집무실 이전 반대 내용의 현수막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국방부 청사와 직선거리로는 300m, 도보로 10분이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한 삼각맨션 주민들은 지난주까지만해도 "청와대 용산이전 결사 반대" 현수막을 걸고 반대했다. 하지만 전날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이전해도 재개발 관련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인근 상인은 전날까지 보였지만 오늘 아침부터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각맨션 바로 옆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국방부 인근 주민들은 환영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반반으로 나뉜 것 같다"라며 "소유주들은 집무실이 오면 땅값이 오를 수 있다고 반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규제 안한다고 했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라고 전했다.

삼각맨션 주민이라는 한 시민은 "여기 재개발 다 망했다"라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삼각맨션은 1970년7월에 준공돼 올해로 52년차의 노후건물이지만 재개발 기대감에 전용면적 48㎡ 급매 가격이 12억원에 달한다.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일부 집주인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악재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개발 제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기대감도 있다. 다른 B공인중개소 대표는 "집무실을 이전해도 규제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믿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용산공원 조성과 미군기지, 용산정비창 구역 등 개발에 속도가 날 수 있어 일부 주민들은 호재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보다 전체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용산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이 근처 재개발 진행이 잘 안 됐던 이유는 투기지역으로 묶이거나 토지소유권이 없는 주민들이 있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컸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정비사업에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한다고 했기 때문에 전 정권보다는 잘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직원, 경호원, 경찰 등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상권도 더 활기를 띠기 때문이다.

개발 기대감과 우려가 뒤섞여 당분간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일 기준 3월 한 달 동안 서울시 거래건수는 총 176건으로 이 중 용산구 거래건수는 총 4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 한달 동안 124건 매매된 후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줄어 올해는 1월이 14건, 2월이 15건에 그쳤다. 올해 집계된 총 거래량이 총 33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집값 영향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과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용산공원 조성이 속도를 내고 소비인구가 늘게 된다면 (부동산 경기에) 호재는 맞다"면서도 "거리가 있는 이촌동과 한남동까지 당장 직접적으로 가격 상승 영향을 받는다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기존 국방부 인력보다는 많은 유동인구가 생기기 때문에 삼각지역 상권은 굉장히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이슈로 용산이나 인근 주거지역 집값이 연동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목적성이 있는 의견"이라면서 투자시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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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보훈부를 출입합니다. 외교·안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쉽고 재미있게 현안을 전달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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