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세계 74위 공기업

[우보세]세계 74위 공기업

이정혁 기자
2025.02.18 05:4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김포국제공항 관제탑 전경/사진=뉴스1.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김포국제공항 관제탑 전경/사진=뉴스1.

세계 최대 항공 서비스 전문평가업체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글로벌 공항 순위(2024년 평가 결과 발표 전)에서 김포국제공항은 7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대비 여섯 계단 떨어진 순위인데 지난 2000년 역대 최고인 14위를 찍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김포공항과 줄곧 비교되는 일본 하네다국제공항은 평가 당시 인천국제공항까지 제치고 3위를 기록해 전 세계 항공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네다를 비롯해 나리타국제공항 등 일본 공항은 한국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보는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

이런 배경에는 하네다공항 운영사인 일본공항빌딩 대표이사인 요코타 노부아키(横田信秋) 사장의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 1974년 입사한 그는 공항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2020 도쿄 올림픽' 때 큰 혼잡 없이 여객 수요를 관리한 성과를 인정받아 수장 자리에 올랐다.

우리나라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하네다공항처럼 내부 출신이 장수하거나 전문경영인이 오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공항공사 수장의 운명은 정권과 함께하고 특히 전문성은 찾아볼 수 없는 군, 경찰, 국가정보원과 같은 권력기관 출신 낙하산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마지막 공공기관장인 국정원 출신 공항공사 사장이 윤석열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지난해 3월 자진 사퇴한 이후 김포공항에 있는 본사 사장실 불은 1년 가까이 꺼져 있다. 제주항공 참사 책임론이 나와도 공항공사는 책임질 수장이 없다.

공항공사는 작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역대 가장 저조한 D등급을 받았다. 구조개혁 등 고강도 쇄신이 불가피함에도 사장 공석 탓에 비상경영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항공사 감사실이 자체적으로 벌인 '2024년도 종합감사 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22개 항목에서 각종 비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기재부 평가에서도 낙제점이 사실상 유력시된다.

그동안 권력기관 출신의 공항공사 사장들은 대체로 '보안', '국가 안보', '내부 통제' 등을 고리로 임명의 정당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공항공사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이 △대테러 훈련 장비 구입비 횡령 의혹(2016년 5월) △공사감독 편의 수뢰 혐의 의혹(2013년 6월) △대테러장비 납품 비리 경찰·전직 군간부 적발 사건(2012년 6월) △김포공항 골프연습장 비리 의혹(2008년 6월) 등인 것에 비춰보면 이들이 내려올 명분은 없다.

제주항공 참사에 이어 에어부산 화재 등 국내에서 항공기 관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럴 때마다 정치권은 안전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정작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 공항공사는 군, 경찰, 국정원 등 정권의 시혜성 인사를 반복한다.

공항은 한 치의 오차가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특수성을 가지는 곳이다. 권력기관 낙하산들에게 더 이상 안전을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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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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