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브랜드인데 건축비 2.2배差… 분양가 올리는 비분상제

같은 브랜드인데 건축비 2.2배差… 분양가 올리는 비분상제

배규민 기자
2026.05.18 04:16

가격 자율성 큰데 통제 느슨
건축비에 조합 수익 등 반영
비강남권 84㎡ 30억원 육박
전문가 "검증체계 점검 필요"

서울 강남3구 밖에서도 '국민평형 30억원 시대'가 현실화했다.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재개발단지들의 분양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영향이다. 공사비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같은 하이엔드(고급형) 브랜드 단지인데도 분상제 적용여부에 따라 건축비 비중이 수 배 벌어지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현행 분양가 검증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입주자 모집공고가 공개된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단지 '써밋더힐'의 전용 84㎡ 최고분양가가 29억7820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 비강남권 재개발단지에서도 국민평형 분양가가 사실상 30억원에 육박하면서 3.3㎡(평)당 1억원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 주요 분양단지 분양가 현황/그래픽=윤선정
최근 서울 주요 분양단지 분양가 현황/그래픽=윤선정

서울 재개발단지의 국민평형 분양가는 최근 한 달 새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 4월에 분양한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전용 84㎡ 최고분양가는 25억8510만원이었다. 이어 이달 분양하는 동작구 대방동 '아크로리버스카이'는 27억9580만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청약일정이 겹치는 '써밋더힐'까지 3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나오면서 서울 비강남권 재개발단지 분양가가 단기간에 25억원대에서 30억원선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비분상제 단지에서는 특화설계와 커뮤니티 비용뿐 아니라 조합수익 등이 건축비 항목에 폭넓게 반영됐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목표분양가를 먼저 정한 뒤 대지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건축비로 맞추는 구조가 자리잡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앞선 단지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흥행에 성공하면 이후 공급단지들이 이를 새로운 기준점 삼아 분양가를 더 높이는 흐름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분상제 적용 여부에 따른 분양가 구조 차이/그래픽=윤선정
분상제 적용 여부에 따른 분양가 구조 차이/그래픽=윤선정

이같은 구조가 가능한 것은 비분상제 단지의 분양가 규제장치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다. 분상제가 적용된 단지는 택지비와 기본형건축비를 기준으로 가격이 제한되지만 비분상제 단지는 가격 자율성이 크다. 과거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통해 일정부분 통제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분양가 통제기능이 사실상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동작구 측은 "민간 재개발 사업이어서 지자체가 분양가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HUG 역시 "분양가 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지만 정작 분양가를 적극적으로 검증·관리하는 주체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분양가 구조의 차이도 뚜렷했다. 올해 3월에 분양한 서초구 '아크로드서초'의 전용 59㎡ 최고분양가는 18억2096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공급금액 기준 대지비가 15억2778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건축비는 2억9317만원으로 전체 분양가의 16.1% 수준이었다. 반면 비분상제 단지인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전용 59㎡는 대지비 9억7072만원, 건축비 11억7937만원으로 건축비 비중이 54.9%에 달했다.

같은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 단지끼리도 차이가 컸다. 분상제 적용단지인 '아크로드서초' 전용 59㎡의 건축비는 2억9317만원이지만 비분상제 단지인 '아크로리버스카이'는 6억4088만원으로 약 2.2배 차이가 났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대지비는 감정평가 기준이 있어 변동폭이 제한적이지만 비분상제 지역은 분양가를 먼저 정한 뒤 나머지를 건축비로 채우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며 "과거에는 비분상제 지역도 HUG의 고분양가 심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공백상태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서울 청약시장의 진입장벽이 사실상 또한번 높아졌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강남3구를 넘어 비강남권 재개발단지까지 국민평형 분양가가 30억원에 육박하면서 "이제 서울 핵심지 청약은 현금자산가들의 시장이 됐다"는 허탈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반도체업계를 중심으로 수억 원의 성과급 사례가 잇따라 알려진 데 이어 서울 신축 분양가까지 치솟으면서 같은 서울에서도 자산격차에 따른 체감 양극화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민간 아파트의 특성상 단순비교만으로 고분양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경·커뮤니티·마감재 수준이 단지마다 달라 공사비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고 세부내역도 표준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분상제를 확대하면 또다른 가격규제가 될 수 있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상제를 강화하면 로또 청약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상제로 가격을 억누르면 시세차익은 당첨자에게 집중된다"며 "분상제 가격과 시세의 차익을 공공과 민간이 나누는 방식 등 현실적인 대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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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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