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신임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김석원씨가 취임했습니다. 김 회장은 취임 전부터 전임 김유성 회장만큼이나 저축은행 사장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요, 인품이 온화하고 업계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즉시 전력감"이라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실제 김 회장의 경력을 보면 업계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시출신으로 재경부와 금감위, 예보 등 업계와 연관된 경력이 많습니다. 서민금융이 활성화된 일본에서 연구생활도 했었고, 우리은행 사외이사으로 근무도 했으니 나무와 숲을 고루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김 회장 자신도 상당한 의욕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벌써 업무현황과 문제, 개선점 등을 보고 받는데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조만간 김 회장에서 업계 발전 로드맵이 훌륭히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보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업계 대표들과 가장 먼저 논의했으면 하는 사안이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를 어떤 성격의 기구로 만들어야 하냐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원래 협회는 개별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전체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연구하고, 자율감독과 이견조정을 수행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수행해야합니다. 하지만 현재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익단체도 조율자도, 감독기관도 아닌 애매한 모습으로 변질됐습니다.
이는 중앙회의 의사결정 기구가 이사회와 운영심의회, 둘로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운영심의회는 저축은행 대표들로 이뤄져 있는데 강한 중앙회를 원치 않고, 때문에 심의회가 단순한 견제기구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립성이 없으니 중앙회 직원들이 소신을 갖고 사업을 추진한 적이 한번도 없고 이는 결국 "중앙회 무용론"으로 재발전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산규모 1조원을 넘긴 지방은행 수준의 저축은행들이 줄이어 탄생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역금융을 모토로 작지만 탄탄한 경영을 추구하는 곳들도 많습니다. 두 그룹에게는 모두 각자만의 목소리가 있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중앙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현재가 저축은행의 재도약을 판가름 짓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앙회의 업무능력은 신용금고였던 1970년대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달리는 업계와 중앙회는 30년의 시차가 있는 셈이죠. 새 중앙회장이 이 간극을 줄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