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역시 '신이 내린 직장'

국책은행, 역시 '신이 내린 직장'

권성희 기자
2006.09.26 16:00

평균 7700만원·운전 기사 최고9100만원, 행우회 '퍼주기'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이 세간에서 지칭하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사실이 실제로 증명됐다.

이들 금융 공기업은 직원들의 1인당 경영성과가 시중은행보다 더 떨어짐에도 임금은 오히려 더 많이 지급하고 있었다. 또 개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저축을 기본급으로 편입시켜 대신 내주는 등 복지후생제도도 일반적인 공기업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아울러 국책 금융기관으로 설립한 원래의 목적과 무관한 자회사를 다수 거느리면서 이를 퇴직한 직원들의 자리보전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 금융 공기업을 감사한 결과 ▲무분별한 임금 인상 및 과도한 복지후생제도 운영 ▲무원칙적인 수의계약 남발 ▲퇴직직원 자리보전용 자회사 운영 등 방만한 경영이 드러났다고 26일 밝혔다.

◆국책은행장 평균보수 6억3600만원=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의 기관장 평균보수는 6억3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종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긴 해도 다른 13개 정부 투자기관 기관장의 평균보수 1억5700만원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이다.

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관련 국책기관장의 평균보수 3억3800만원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한국은행장의 평균보수는 2억8800만원으로 산은·기은·수은 등 3개 국책은행장 평균보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3개 국책은행 평균급여 7700만원=금융 공기업 중 정규직원의 평균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한국은행으로 8218억원이었다. 이는 3개 시중은행 평균급여보다 20.1%나 높은 것이다.

아울러 업종이 다르긴 하지만 같은 공기업인 13개 정부 투자기관의 평균급여 4357만원보다는 무려 88.6%가 높은 것이다.

산은·기은·수은 등 3개 국책은행 정규직원의 평균급여도 7717만원으로 한국은행에 못지 않았다. 이는 3개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급여 6840만원보다 13%가 많은 것이다.

문제는 1인당 영업이익의 경우 3개 국책은행이 1억2582만원으로 3개 시중은행(1억6161만원)보다 적다는 점이다.

산은의 경우 정부가 현물 출자한 한국전력 주식을 지분법으로 평가해 이에 따른 장부상 이익을 근거로 2003년과 2004년에 54억원의 성과급을 과다 지급했다.

또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는 예산이 남는다고 이를 무원칙적으로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기업은행은 다른 국책은행보다 급여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임금을 인상하는 등 편법 임금 인상도 다수 적발됐다.

◆월급쟁이의 천국 같은 복지제도=산업은행 등은 개인연금저축 불입액을 기본급에 편입시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1420억원을 편법 지원했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10개 기관은 임직원들에게 주택전세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자 기관 명의로 주택 임대계약을 맺은 뒤 이를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했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10개 기관은 주 5일 근무제로 폐지된 월차휴가에 대한 보상비로 연간 433억원씩의 자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은행의 경우 휴가보상비만 연간 1000만원이 넘는 직원이 전체 1만명 중 660명에 달했다.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은 임직원들의 대학자녀에게 학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42명의 휴직자 등 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에게도 성과급 7200만원을 지급했다.

◆행우회 출자기업과 수의계약=한국은행과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8개 금융 공기업은 은행 임직원들의 친목단체인 행우회가 설립한 회사에 지점 설비공사, 인쇄물 제작, 전산 등의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행우회 출자회사는 금융 공기업의 수의계약으로 이익을 올린 뒤 이를 다시 주주인 행우회 행원들에게 분배해 금융 공기업 직원들은 급여도 받고 행우회 출자회사의 이익금도 분배 받는 '꿩 먹고 알 먹고'식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문제는 행우회 출자회사에 용역을 맡기면서 시중 가격보다 높은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행우회 출자회사와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반 경쟁 때보다 연간 2억4000만원을 더 많이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은행 운전기사 연봉 최고 9100만원=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4개 금융 공기업은 청원경찰, 운전기사 등을 자체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외부 위탁시보다 연간 135억원의 인건비를 과다 지급했다.

이들 4개 기관의 청원경찰 218명의 평균임금은 6300만원, 최고 9100만원에 달했고 운전기사 88명의 평균임금은 6700만원, 최고 9100만원에 이르렀다. 반면 금융감독원,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청원경찰과 운전기사 평균임금은 2200만∼3000만원 수준이었다.

◆퇴직직원 자리보전용 자회사 운용=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자산운용사(산은자산운용)를 인수하거나 경영이 정상화된 출자회사(대우증군)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퇴직직원을 취업시키거나 산업은행 직원을 임원으로 파견하고 있었다.

수출입은행은 수출입은행법에서 정한 목적에도 맞지 않는 해외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누적적자가 쌓이는데도 이를 방치해뒀다. 아울러 워크아웃을 졸업한 기업의 출자전환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채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감독 강화 촉구=감사원은 금융 공기업 전체적으로 경영이 방만한 이유는 재정경제부가 금융 정책적 감독과 일반경영 감독을 겸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상임이사를 모두 은행내부 직원 중에서 선임하도록 정관에 규정해 외부 전문가 영입이 불가능하다. 또 시중은행의 경우 전체 이사의 1/2 이상을 사외이사로 임명토록 하고 있으나 금융 공기업의 경우 사외이사가 전혀 없거나 많아야 4명에 불과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주요한 의사결정 사항을 내부이사로 구성된 경영협의회나 총재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사업 확장이나 자회사 설립 등과 관련해 외부에서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책 금융기관 감독기관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합리적인 임직원 보수지급 기준을 만들고 국책 금융기관의 복리후생제도 개선도 예산 편성에 반영토록 했다.

또 대우증권과 같이 경영이 정상화된 출자회사, 산은자산운용과 같이 설립목적과 무관한 자회사, 산은캐피탈처럼 모기업과 업무가 중첩되고 경영이 부실한 자회사에 대해서는 정리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의 상임이사를 외부 전문가 중에서도 선임토록 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도록 하며 금융 공기업에 대해서도 외부 경영평가를 실시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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