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디어만 들고 오세요"

"창업? 아이디어만 들고 오세요"

대담=정희경 금융부장·정리=권화순· 사진=이명균 기자
2008.03.24 10:05

[머투초대석] 김규복 코딧(신용보증기금)이사장

될성부른 중기 창업지원 종합시스템 구축

3년간 비축한 보증여력 이제 풀어놓을 때

"코딧의 대표색은 그린(녹색)입니다. 그린은 '생명'이지요. 기업을 살리는 색입니다. 코딧과 딱 맞는 색 아닙니까."

김규복 코딧(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기자를 맞자마자 녹색 바탕의 명함부터 꺼냈다. 그는 기업을 살리는 것이 코딧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4개월을 남겨둔 김 이사장을 만나 올해 경영계획을 들어봤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으셨네요. 소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돌아보면 일은 최소한으로 했는데 직원들이 워낙 열심이어서 생각한 시점보다 앞당겨 좋은 성적이 나왔습니다. 당초 2010년은 가야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봤는데 지난해 2575억원 등 2년 연속 흑자를 냈습니다. 코딧 3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실적이 좋아지면 공공성이 약화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코딧으로서는 사실 즐거운 고민입니다만 3년 전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의 유동성 위기로 전체 신용보증 기관의 신뢰도가 추락했지요. 당시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혁신과 개혁을 통해 현재 부실률이 3.9%로 떨어졌고, 대위변제율도 2.5%로 낮아졌습니다. 2005년 5%에서 반으로 떨어진 셈인데 이를 통해 9조원의 추가 보증 여력을 비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이나 환율 불안이 보증 부실을 다시 늘릴 듯 합니다.

▶부실률이 경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내부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통합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지요.

업종별, 신용등급별, 자금별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리스크 관리시스템이 구축됐습니다. 양적인 보증 공급에서 탈피해 보증의 질적 구조를 내실화하는 쪽으로 완전히 전환한 셈이지요. 이런 저력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쌓아온 보증 여력을 어떻게 펼쳐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 사업'을 염두에 두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생태계 조성사업을 통해 '될 성 부른' 혁신형 중소기업과 창업 중소기업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계기업은 사업전환과 구조조정을 통해 원활히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는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현재 창업기에는 창업지원 종합프로그램을, 성장기에는 일반보증 경영컨설팅을, 성숙기에는 경쟁력 향상프로그램을, 쇠퇴기에는 신용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창업 지원이 눈에 띕니다.

▶통계상 우리나라의 창업환경은 178개국 중에서 110위 수준으로 상당히 열악합니다. 창업수요는 무궁무진하지만 각 기관에서 단편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일례로 창업을 한번 하려면 중소기업청, 창업보육센터,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일일이 찾아가야 하는데, 지원도 단편적인 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창업지원종합시스템'입니다.

―기존 제도와 어떻게 다릅니까.

▶창업 예비단계에서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도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또 창업스쿨에서 가다듬고, 1대1로 행정절차 등을 도와주고, 땅 사고 집 짓고 설비투자하는 것까지 묶음으로 보증을 지원합니다. 기존 지원책과 비교하면 아주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기업이 제대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원스톱'으로 맞춤형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전담부서인 창업성장지원부를 신설하고 전국 9개 영업본부에 창업플라자를 설치했습니다. 또 창업기업의 안정화를 위해 3년간 1대1 전담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앞으로 5000개 기업을 발굴해 모두 1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통상은 대출금액의 80~85%를 보증하지만 창업 후 6개월 이내 기업에는 100% 보증합니다. 사실상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셈이지요.

―조금 무모해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떡잎'을 통해 '될 성 부른 나무'인지를 알아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코딧은 신용분석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대개 코딧은 보증만 하는 줄 알지만 경영지원도 또다른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분야의 노하우도 많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직원들의 의욕도 대단합니다. 중소기업 창업에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있는 유일한 맞춤형 시스템이라는 자부심입니다. 임직원은 대통령 표창 2호가 곧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대통령 표창 1호는 무엇이었습니까.

▶'장기분할해지보증' 입니다. 이 상품이 나올 당시 은행 대출의 단기화가 심화되고 있었지요. 중소기업 대출의 약 70% 이상이 1년 이내 단기로, 일반 운전자금의 장기대출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만기 연장이 원활하지 못하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기 십상인 상황이었습니다. '장기분할해지보증'은 이러한 위험을 헤지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상환 방식을 일정기간 거치 후 다양한 방식으로 분할 상환하도록 했고 보증료도 우대했습니다.

―은행권은 우호적이었습니까.

▶중소기업 대출이 급격히 늘면서 '대박상품'이 됐습니다. 도입 첫해인 2006년에만 9351억원을 공급했고, 지난해에는 3조1020억원의 실적을 거뒀습니다. 물론 은행권의 반응은 처음에 냉랭했습니다. 제가 직접 은행장들이 모이는 금융지원협의회에 가서 이 상품의 장점을 자세히 설명했지요. 그러자 일부 은행이 긍정적으로 돌아섰습니다. 아마 코딧이 중소기업 금융을 선도한 첫번째 사례일 겁니다.

―새 정부 들어 중소기업 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요즘 중소기업이 많이 어렵습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 것은 미봉책입니다. '원자재 가격 대 납품가격 연동제'나 '원자재 수입에 대한 관세 인하' 등 정부의 대책이 우선입니다.

여기에 대기업의 상생경영도 중요하지요. 올해 코딧은 보증주도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중소기업 금융을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금융시장 여건상 개별 중소기업의 신용이나 규모로는 직접금융시장 진출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중소기업의 다양한 자금수요를 충족시키고 선택의 폭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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