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가 시끄럽다. 은행·증권·보험사들이 자신의 영토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는 탓이다.
실손형 개인의료보험의 보장한도 축소를 놓고 생명보험 업계와 손해보험 업계는 최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지급결제 확보를 위해 어깨를 나란히 했던 두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돌연 편을 나눠 얼굴을 붉혔다.
공방은 보장한도를 100%에서 90%로 낮추는 대신 200만원을 기준으로 한 최소 본인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깊어진 업계 간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용카드를 놓고 벌어지는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신경전은 감정싸움으로까지 확대됐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우량대출을 늘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은행들은 'CMA 신용카드'가 눈엣 가시다. 신용카드나 급여계좌가 이탈하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탓이다.
은행들은 CMA로 자금이 몰려가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CMA 계좌에 입금된 원금의 안정성까지 거론한다. 증권업계는 은행들이 정상적인 판촉활동까지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한다. 은행예금이 안정성 측면에서 CMA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자 몇 푼 더 준다고 예금주들이 쉽게 옮기지도 못할 것이란 항변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은행권의 주장이 예금과 투자 상품의 차이를 모르는 '무지의 산물'이라고 공격한다. CMA 가입자는 대부분 주식 등 금융투자 상품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이라는 것. 실제 증권사들이 대대적인 판촉을 벌이고 있지만 CMA 신용카드 가입자 수는 정체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밥 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금융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증권사 CMA 고객이 영업시간 후에 은행 자동화기기(CD·ATM)를 통해 현금을 인출하면 수수료를 물리겠다는 은행들의 행태만 봐도 그렇다. 이런 싸움에도 해당 권역을 책임지고 있는 정책당국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금융회사와 당국은 곱씹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