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근무하던 1997년의 일이다. 당시 인도정부에서 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5억달러 상당의 저리 장기차관을 ADB에 요청했고, ADB도 일단 인도정부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차관 제공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사업타당성 조사단이 인도에 파견돼 조사를 마친 후 제출한 보고서에는 이 사업이 인도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조속히 차관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뒤 절차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그런데 모든 ADB차관사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독립적 경제분석팀의 장기효과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경제분석팀의 테스트 결과는 조사단의 보고서와 매우 달랐던 것이다.
이 거대한 복합도로망의 금융 면에서 단순 수익성은 연 10%대로 매우 높으나 장기적으로는 주요 생태계를 파괴 또는 약화시켜 주변 지역의 환경악화를 감안한 종합적·사회적 수익성은 연 3%대 이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인도정부가 사업내용을 크게 변경하지 않는 한 차관 제공을 거절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ADB는 결국 이 차관을 거부키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는 ADB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세계은행과 지역개발은행들은 대체로 1990년대 중반부터 모든 원조 및 차관 제공시 해당 사업 자체의 단순한 수익성만 보지 않고 환경파괴 또는 환경친화 여부 등의 조건들을 감안한 종합적·사회적 수익성을 중요시했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은 개발도상국들의 환경파괴사업을 크게 약화시킨 반면 환경중립적 또는 환경친화적 사업을 장려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금융은 한 나라의 경제성장 방식과 방향의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경제성장의 주역인 기업은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공급받거나 주선받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업무방침에 적극적으로 반하는 사업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의 핵심전략으로 선정한 우리의 경우 금융회사 종사자들에 대한 녹색금융교육은 시급한 것이다. 이 교육을 통해 금융회사들의 업무방침이 친녹색성장으로 변화할 수 있고, 자금공급 내지는 주선정책이 이에 맞춰 바뀔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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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서 한국금융연수원은 올 10월부터 우선 은행 직원을 대상으로 녹색금융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아울러 연말 안에 세계 최초로 녹색금융사(가칭)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녹색금융교육이나 자격사제도는 여신심사뿐 아니라 경제분석, 환경영향 평가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준비를 거쳐 설계될 것이다. 녹색금융교육은 대체로 다음의 이슈들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우선 환경(Green)과 성장(Growth)의 선순환구조를 통해 창출되는 녹색성장의 기본개념과 장기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사업의 환경영향 분석과 참여주체들의 수익기대와 환경개선, 에너지자립, 고용유발 등 사회적 수익 분석도 필수다. 신용평가회사도 기업과 금융회사를 평가할 때 녹색산업의 기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또 이같은 기여도 평가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지속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돼 해당 기업의 주가 및 채권가격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정책적 프로세스도 마련돼야 한다. 은행과 거래 때 녹색경영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하거나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인센티브 등도 필요하다.
녹색기업에 투자하려는 이들을 위해 기업환경정보 공시제도가 의무화되고 고위험 장기투자가 수반되는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재정지원도 검토대상이다. 이밖에 탄소배출권(CDM)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앞으로 환경파괴적 사업에 대한 자금흐름이 억제되고, 환경친화적이거나 최소한 환경중립적 사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금융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의 경제성장 패턴이 녹색 중심으로 변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녹색금융교육 등을 통해 금융회사 종사자들은 이를 선도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