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 경영에 대놓고 간섭하겠다는 것 같은데요."
"이제 관치라고 말하기도 입 아프네요."
은행연합회가 지난 25일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뒤 은행권 반응은 온통 부정적이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내용을 정하고, 은행장들이 모여 최종 의결을 했음에도 '관치'라며 볼멘소리다.
"TF 만들고 은행장들 모이고 할 필요 없이 차라리 처음부터 당국이 만들어서 내려 보내는 게 더 낫겠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주제가 개별 금융지주사로 넘어가면 해석은 슬쩍 바뀐다. KB금융지주에 대해 "그쪽의 사외이사들은 토착세력 같다. 사외이사제도가 저렇게 악용되면 안 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신한지주나 하나금융지주를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 "오랫동안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아온 회장들이 이사회를 쥐고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등장한다.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예금보험공사의 규제 말고 사외이사들이 따로 견제하는 것이 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4대지주라 불리는 금융지주 가운데 문제없는 곳은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쯤 되면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이 나온 게 잘됐다는 건지, 잘못됐다는 건지 헷갈린다. 굳이 정리를 하면 "취지에는 동감하나 과정이 잘못됐다"는, '네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이다.
은행권이 '잘못된 과정'을 스스로 고칠 수 있을까.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자기 눈에 있는 티는 보지 못하고 자기 머리를 깎지 못한다는 것을 그동안 수없이 보아 왔다.
이제 남은 건 "취지에는 동감"하는 은행(임직원)들이 사외이사 제도가 더 이상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개선해 가는 일이다.
그래도 관치라는 말을 떨칠 수 없다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이사를 제대로 뽑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