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줄고 밤11시 퇴근해도 기업銀행원 될래요"

"연봉 줄고 밤11시 퇴근해도 기업銀행원 될래요"

정진우 기자
2010.04.02 11:48

[기업은행 채용설명회]이화여대 학생들 "연봉 깎여도 취업만 된다면..."

1일 오후 기업은행 채용설명회가 열린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문화관 소극장. 하루 종일 비가 내려 궂은 날씨였다. 하지만 200명이 넘는 취업 준비생들이 소극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했다. 기업은행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인사부 관계자의 설명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학교 선배들이 나와 합격 노하우를 이야기할 땐 귀를 쫑긋 세웠다.

↑ 지난 1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열린 기업은행 채용설명회 모습.
↑ 지난 1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열린 기업은행 채용설명회 모습.

설명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학생들은 저마다 기업은행 관련 내용을 노트에 빼곡히 담았다. 기업은행이 앞으로 지주회사로 탈바꿈할 지,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조직문화는 무엇인지, 큰 관심을 보였다. 근무환경과 복지체계에 대한 설명이 이뤄질 땐 더욱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금융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이진선(경제 4년, 가명) 학생은 "기업은행을 국책은행으로 알고 있어서 조직문화가 답답할 것 같았는데 와서 보니 유연한 조직 같다"며 "주변 친구들 대부분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같이 국책은행을 가고 싶어 해 그룹 스터디를 하며 이번 공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해마다 캠퍼스 리크루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31일 인하대학교를 필두로 전국투어를 시작했다. 인사부 관계자들은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20여 개 대학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기업은행 공채 경쟁률은 평균 100대1을 넘는다. 은행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보통 상하반기 나눠져 채용을 하는데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100대1의 경쟁률은 기본. 취업 준비생들이 이처럼 은행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이 늘고 일자리가 없는 등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구직자들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은행처럼 비교적 돈을 많이 주고 복지체계가 잘 돼 있는 곳은 특히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이용서 과장은 "요즘 학생들이 연봉과 복지체계가 잘 돼 있는 은행권 취업을 선호하고 있다"며 "금융 공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기업은행에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생들이 근무 태도도 좋고 이직률도 낮아 기업에서 선호 한다"고 덧붙였다.

설명회에서 만난 오지선(4학년, 영문학 전공) 학생은 "선배들로부터 기업은행이 요즘 국책은행 같지 않아 시중은행처럼 영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도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기업은행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 최근 기업은행에 들어온 이화여대 출신 행원들. 후배들에게 합격 노하우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최근 기업은행에 들어온 이화여대 출신 행원들. 후배들에게 합격 노하우 등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 임금 삭감으로 초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구직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날 설명회에선 최근 입행한 이화여대 출신 행원 3명이 나와 후배들 앞에 섰는데, 후배들은 줄어든 연봉보다 합격 노하우에 관심을 보였다. 월말엔 일이 많아 밤 11시에 퇴근한다는 이야기에 놀랍다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한 학생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 신한은행이나 다른 은행처럼 힘들지 않을 줄 알았다"며 "연봉이 줄어들고 힘들어도 합격만 시켜준다면 열심히 일할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금융위기 이후 취업에 대한 걱정은 저학년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 탓이 크다는 것. 실제 이날 채용설명회에는 아직 취업과 거리가 먼 2학년 학생들도 있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2학년 김유미(20, 가명) 학생은 "금융권에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참석했다"며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는 주변 친구들 대부분 지금부터 자격증 공부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5월 말까지 전형을 끝내고 6월 중순부터 연수에 들어간다. 2개월여 연수생활이 끝나면 각 영업점에 배치된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200명 하반기 200∼300명 정도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신입행원들의 연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보다 취업 선호도는 더 높아진 것 같다"며 "그만 두는 신입행원도 거의 없고 일단 들어오면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선배들보다 재미있게 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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