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UAE원전, 국내 은행엔 '그림의 떡'

400억$ UAE원전, 국내 은행엔 '그림의 떡'

정진우 기자
2010.04.14 08:46

[UAE원전 수출 '빛 좋은 개살구]돈은 글로벌 IB가 다 번다

지난해 말한국전력(40,250원 ▼50 -0.12%)컨소시엄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 수주 이후 원전 사업은 이제 국가적인 정책 사업이 됐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국내 건설사들에겐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다.

◇우물 안 개구리 '국내 금융회사'=400억 달러에 이르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금액은 186억 달러 규모다. 정부는 이 중 93억 달러를 차입할 방침이다. 곧 국내외 금융회사로 이뤄진 대주단을 구성하고, 연내 원전사업수행회사(SPV, Special Purpose Vehicle)에 대한 출자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사정은 어떨까. 금융회사들에겐 별 이득이 없다. 오히려 역마진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국가 신용등급 문제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해서다.

외국의 대형 IB들의 경우 금융 스케줄을 디자인하며 엄청난 규모의 수수료를 챙겨가지만 우리 금융회사들은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조달 금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원전 건설은 우리나라가 하지만 실제로 돈 버는 것은 결국 외국 투자은행들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내수 시장 장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경쟁하지 않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금융회사들은 자금 지원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경쟁력이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주단이 제대로 꾸려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UAE 원전사업 대주단 구성을 확정하고 올해 말까지 출자자금 지원도 완료해야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자꾸 늦춰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글로벌 IB들과 경쟁이 돼야 돈을 벌 수 있는데 국내 금융회사들은 계속 내수시장만 지키고 있어 문제다"며 "앞으로 국제 금융 시장에서 돈 벌 기회가 많이 찾아 올 텐데 그때마다 국내 회사들은 손 놓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키워라"=원전 지원 금융 패키지에는 SPV에 대한 출자, 직접대출, 대외채무보증과 함께 국내 납품업체에 대한 제작자금 대출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금융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원전수주를 위해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이 금융지원 협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입찰 당시 관심서한(Support Letter)과 대출의향서(L/I)를 발급하면서 UAE측에 한국이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대규모 자금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금융회사들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선진 금융에 대한 노하우도 없고 섣불리 나서기엔 리스크가 크다. 더구나 이번 사업이 60년에 걸쳐 진행될 정도로 장기 프로젝트이고 특히 원전 건설 사업은 방사능누출 사고라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참여를 꺼리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글로벌 IB 육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레드오션인 국내시장에서 서로 피 튀길게 아니라 선진 금융을 접목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업에선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게 바로 국내 금융의 한계다"며 "이번 UAE원전 프로젝트에서 큰 수익을 얻고 외국계 투자은행처럼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회사를 많이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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