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 금융기관 수장 인사 눈치보기?
12일 동안이나 주주총회를 끝내지 못 하는 회사가 있다. 천재지변도 없었고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주총을 열어놓고 폐회를 알리지도 못 하고 있는 곳은 서울보증보험. 이 회사는 지난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개회 30여분만에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안건 하나를 남기고 정회가 선언됐다.
남은 안건은 신임 사장 선임 건 하나인 채였다. 정회 이유는 사장 결정의 열쇠를 쥔 사장(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유력 후보는 정연길 서울보증보험 감사와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압축된 상태라는 게 중론이다.
5월 12일 구성돼 첫 회의를 연 추천위원회는 이튿날부터 후보자를 받아 같은 달 25일 접수를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이상 시간을 끌고 있다. 18일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회사의 상황은 바뀐 게 없다.
후보추천위원회를 비롯해 회사 밖 상황만 물밑에서 분주히 변화됐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5일 KB금융지주 회장 낙점이 서울보증보험 사장 인선에 연쇄 충격파를 미쳤다고 본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로 인해 또 다른 대통령 주변 인사를 며칠 사이에 주요 금융기관 수장에 나란히 앉히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정연길 감사는 대통령과 동향(경북 포항)으로 고교도 같은 곳(동지상고)을 졸업했다.
절대 지분(93.85%)을 가진 회사가 대표자조차 뽑지 못하는 데도 대주주(정부(예금보험공사))는 이렇다 할 말도 꺼내지 못 한다. 선출된 또 다른 정부(청와대)쪽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절차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 보니 임기가 끝난 현 사장에게는 열흘짜리 새 임기가 주어졌다. 이사 부재 등 상법 규정이 준용된 결과라고 한다. 변칙과 상식부재의 연속이다.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보증보험의 주주총회는 개최된 지 13일째인 30일 속회된다. 주주뿐 아니라 세금을 낸 국민들도 지켜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