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의 기준 "자산 아닌 순이익"
은행권에 리딩뱅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동안 자산 기준으로 국내 리딩뱅크를 자임해온 KB국민은행의 위상이 추락하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 자리에 신한은행이 오른 지 이미 오래됐다.
KB국민은행은 자산, 직원 수, 영업점 수 기준으로 국내 최대 은행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물론이고 연체율을 비롯한 각종 지표에서 신한은행에 한참 밀린다. 순이익을 비롯한 건전성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은행권에서 꼴찌를 다툰다.

◇KB국민은행의 몰락?=KB국민은행은 직원 수 2만5789명을 자랑한다.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한은행 등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1인당 생산성은 2017만 원으로 제일 뒤쳐진다. 국민은행이 많은 인력으로 최하위 생산성을 내는 이유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
지점수도 1195개로 가장 많다. 이러다보니 한 지역 내에 지점이 너무 밀집돼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길 하나만 건너면 국민은행이 보일 정도로 점포가 한 구역 내에 지나치게 많이 있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은행 측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일 개인금융지점 25개와 기업금융지점 25개를 통폐합했다. KB국민은행 한 임원은 "업무의 전문성을 감안해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업무를 분리해 점포를 운영해 왔지만 실질적으로 중복되는 업무가 많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새로 취임할 어윤대 회장 내정자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직원 수 감축을 서두를 태세다. 어 내정자는 최근 있었던 업무보고 자리에서 2~3년 간 신입직원 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신한은행은 자산 기준으로 KB국민은행과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인다. KB국민은행이 273조원으로 가장 많다. 신한은행은 238조원으로 우리은행(241조원)과 2위권이다. 기업은행(167조원)과 하나은행(155조원)이 뒤를 잇는 형국이다.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한은행은 지난 1분기 5885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은행권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다른 은행과 달리 카드사 실적을 뺀 수치다. 생산성도 높다. 신한은행 직원이 1만2904명임을 감안하면 1인당 4560만 원을 번 것이다.
신한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부실 자산이 정리됐고, 영업력도 향상됐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한 결과다. 신한은행은 금융위기 당시 은행장 직속으로 기업금융개선지원본부를 설립했다. 50명 규모로 출범한 이 조직은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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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건설사 구조조정에서 신한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곳 중 C·D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이나 퇴출된 업체가 단 한개도 없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효율성 지표로 봤을 때 신한은행을 따라갈 은행이 없다"며 "얄미울 정도로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영업력도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또 조직의 안정성이 핵심 무기다. 탄탄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업무 전략이 가능하다.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경영 구도는 신한은행이 안정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아울러 은행의 핵심가치인 '주인정신'을 비롯한 신한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조직문화가 호실적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조직이 안정되다보니 장기적인 업무 전략도 추진할 수 있고 조직원들이 영업에만 몰두할 수 있다"며 "또 우량한 거래 고객들이 많고 부실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건전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외환銀, 눈에 띄는 성장=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성장도 눈부시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지만 시중은행과 경쟁하고 있는 '특수 시중은행'으로 분류된다. 전체 당기순이익을 비롯해 1인당 생산성 등에서 모두 하나은행을 앞선다. 두 은행의 올해 목표인 개인고객 1000만 달성도 기업은행이 앞선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직원 수는 7736명으로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적지만 1인당 생산성은 4112만 원으로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외환은행은 이러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효율적인 인력관리'라는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실적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보상 체계가 뒷받침 돼 있다"며 "지점장들이 매 분기마다 많게는 10%씩 실적을 올려주는 것이 이를 방증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