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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KB금융(147,400원 ▼1,600 -1.07%)지주 회장은 지난 14일 자체 기준으로 선정한 국민은행 직원 1300여 명에게 우편물을 하나 발송했습니다. 거기에는 총 12명의 전·현직 임원들 가운데 차기행장 적임자를 한 명 선택하고 적절한 인물이 없다고 생각할 경우 별도로 추천을 해 달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어 회장이 지난 13일 취임식 당일에 "내일부터 리더십이 있다고 하는 중요한 분들에 대해 일종의 서베이를 시작하게 될 것이며 서베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을 뽑겠다"고 말한 지 정확히 하루 만에 이뤄진 일이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 어 회장은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은행 노동조합을 '깜짝' 방문했습니다. 임원 몇 명만 대동한 채 기습하듯 노조 사무실을 찾은 어 회장은 2시 간 가량 노조 간부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 회장의 이 같은 소통방식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대단한 추진력이다", "신선한 발상이다", "직원 의견을 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다"며 입을 모으는 직원들이 제법 있습니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국민은행 직원은 "회장이 외부에서 왔으니 내부 직원들에게 차기 행장감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풍토가 만들어지는 것에 반가운 기색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어 회장의 소통방식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서베이 경우만 해도 3만 명에 육박하는 국민은행 직원들 가운데 고작 1300여 명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12명 후보군은 하마평에 거론된다는 이유만으로 선정한 듯 보입니다.
KB금융이 자체적으로 선별해 질문지 발송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것도 미덥지 않습니다. 국민은행 노조는 어 회장의 이 같은 소통방식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직원들을 분열시키고 조직을 획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KB금융은 직원 선별 기준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질문지를 받은 직원들 가운데에는 전직 임원들과 일을 해 보지 않은 직원들도 있을 텐데...직원들의 의사를 묻는다는 차원이긴 하겠지만 지나친 보여주기식 행보 같다"며 머리를 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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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의 소통방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 회장은 노조를 찾아가 "구조조정 계획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조는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한 노조원은 "깜짝 방문은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라며 "진정으로 대화할 생각이 있었다면 서로 준비된 상태에서 만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모습을 보였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노조를 방문한 어 회장이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돌아갔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침체됐던 KB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어 회장의 소통법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리딩뱅크를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에 올려놓고 싶은 의욕이 앞서 후에 벌어질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니 한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침체된 조직을 살리는 것도 수장의 몫이지만, 구설에 들끓었던 조직을 차분하게 이끌어 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지금' KB금융의 수장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