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3만7000계좌 '26억 이자' 미지급

단독 국민銀, 3만7000계좌 '26억 이자' 미지급

박재범 기자, 김지민
2011.04.21 09:44

[단독]2003년 9월 판매 장마저축중 중도해지 계좌…"전산오류 아닌 직원 실수"

# 며칠 전 회사원 박 모씨는 거래 은행으로부터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8년전 가입했다가 지난해 해지한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 이자가 덜 지급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자 추가 지급분은 10만원 남짓. 돈을 더 준다기에 순간 기뻤지만 마음은 찜찜했다. "약간의 착오 때문"이란 설명이 찜찜함을 더했다. 지금 내고 있는 대출 이자나 받고 있는 예금 이자 모두 믿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국내 1위 은행인 국민은행 얘기다. 국민은행이 전산 착오로 이자를 잘못 계산한 계좌만 4만개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지급된 이자는 26억원 규모다. 국내 1위 은행이 전산 착오로 업무 차질을 빚은 것이어서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03년 9월 29일부터 판매된 장마저축 중 5년 이상 경과된 뒤 중도 해지한 계좌 3만7000개에 대해 이자를 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당초 해당 상품을 팔면서 가입일로부터 3년 까지는 고정 금리를 적용하고 이후 3년은 변동금리를 적용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실제론 가입일부터 해지 때까지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를 적용했다는 게 최근 밝혀졌다. 이 기간 동안 변동 금리가 고정 금리보다 낮았기 때문에 이자가 덜 지급된 것. 그 계좌만 3만7000개에 달한다. 지점당 20~30건인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전산부서 직원이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서 '5년 경과 후 중도 해지 시 만기이율에 연동한다'는 문구를 5년이 지나면 (전체금액이) 만기이율에 연동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전산오류는 아니고 해석상의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나마 이번 건도 은행 자체 검사가 아닌 수신부 직원이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신부 직원이 만기된 계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당시 계좌를 전면 파악해본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 은행측 설명이다.

사태 수습 과정도 문제다. 지점 직원들은 해당 고객에게 전화로 사실을 통보하고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고객의 불만을 우려해 본부 부서는 영업점 직원들에게 '고객 응대 요령'까지 별도로 내려 보냈다. 하지만 고객에게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국민은행은 이달 4일부터 15일까지 고객들에게 이자 미지급 건을 알리고 처리하라는 공문을 각 영업점에 내려 보냈지만 본부는 22일까지로 그 시기를 연장했다. 지금까지 처리된 계좌는 전체의 60%에 불과하다.

박 씨는 "몇 년 전에 이자를 잘못 지급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파악했다는 은행을 앞으로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객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 종합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의 이자 미지급 사고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들여다보도록 지시했다"며 "검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는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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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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