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저축은행 문제 있는 거에요? 언론에 계속 나와서 일단 나왔는데···"
여의도 증권가 한 빌딩 3층에 자리 잡은 제일저축은행 여의도지점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아주머니가 옆 사람들에게 한 말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불안해서 나왔다는 것.
제일저축은행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예금인출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른쪽에선 한 직원이 대기번호표를 나눠준다. 원래 번호표는 511번이지만 앞자리에 숫자 '1'을 하나 더 써 넣고 도장을 찍어준다. '1511번'이다. 처리중인 고객은 100여명. 앞으로 1400여명이 더 줄을 서있는 셈이다.
번호표를 받아든 고객들이 "오늘 중으로 처리가 되는 것이냐"고 묻자 직원은 "모르겠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정말 모르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다른 고객이 "그럼 언제쯤 오면 되냐. 금요일에는 가능한 것이냐"고 묻자 직원은 " 다른 한손에 들고 있던 지점 전화번호를 나눠주며 "집에서 전화로 문의하면 처리된 번호 순서를 알려줄 것"이라고 답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날 "제일저축은행은 문제가 없는 곳"이라며 "필요하다면 유동성 지원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고객들의 예금인출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는 은행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은행에 문제없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은행을 잡네. 이게 은행 잡는 거라구"라며 혀를 끌끌 찼다.
실제로 제일저축은행은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최근 3년간 8%이상 유지하고 있고, 최근 5년간 흑자를 유지한 '우량' 저축은행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기준 BIS비율은 8.28%,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10%를 기록했다.
제일저축은행 여의도지점에 파견 나온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왼쪽 한켠에서 큰 소리로 고객들을 진정시키며 쏟아지는 문의에 답변하느라 목이 쉬었다. 고객들은 그래도 못미더워하는 눈치. 설명을 여러 차례 듣고서도 너도나도 금감원 직원의 명함을 챙겨 넣었다.
고객들은 '600억원 불법 대출'이 그대로 부실화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저축은행 관련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불신만 커진 것.
이용준 제일저축은행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와 관련 "대기번호표를 많이 뽑아갔다고 해서 고객들이 전부 예금인출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검찰과 금감원에서 이미 불법대출이 아닌 '개인 비리'로 밝혔기 때문에 고객들도 이해하고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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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현재 해당 대출은 대부분 연체 없이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저축은행장은 이어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면서 "이미 오후 들어 본점은 진정된 분위기로 휴일(어린이날)이 지나고 금요일에는 분위기가 확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 결과 제일저축은행의 유모(50) 전 전무이사는 부동산개발회사인 시너시스에 인천과 경기 파주 지역의 아파트 건설 등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 600억원을 해주는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이로 인해 전날 송파구 본점과 5개 지점에서 하루만에 560억원 규모의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진데 이어 4일 오전 11시 현재는 280억원이 빠져나갔다.
제일저축은행의 주가는 3일 하한가로 곤두박질친데 이어 4일에도 전날보다 255원 하락한 28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2700원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점차 회복돼 65원(2.13%) 하락한 299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