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에스컬레이터에서 뛰는 저축銀

[기자수첩]에스컬레이터에서 뛰는 저축銀

김유경 기자
2011.11.16 16:57

"3위 된 게 중요한가요? 저희는 변한 게 없는데요." HK저축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HK저축은행은 지난 7~9월에 경기저축은행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는 관계자의 말처럼 의도했던 게 아니다.

HK저축은행은 지난 2005년 9월까지 업계 1위였다. 당시 2조원을 넘은 저축은행은 HK저축은행이 유일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3개월 뒤인 2005년 12월, HK저축은행은 솔로몬저축은행에 1위를 내준다.

이후 HK저축은행은 토마토·제일·부산·부산2·현대스위스·경기·한국·진흥저축은행등에도 밀리더니 지난해 6월말에는 10위까지 떨어졌다. 이때도 HK저축은행의 자산은 2조3800억원으로 5년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HK저축은행이 갑자기 4위로 껑충 올라선 건 지난 6월. 업계 10위권에 들었던 토마토·부산·제일·부산2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칼날에 힘없이 쓰러지면서 자동 상승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9월말에는 경기저축은행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렇듯 HK저축은행의 업계 순위(총자산 기준)는 6년동안 큰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자산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6년 간 자산규모는 3000억원 늘어나는 정도였다.

멈춰선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딛는 순간, '멈춰있지' 하면서도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HK저축은행도 멈춰있는 듯 자산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다른 저축은행들의 변화로 순위가 오르락 내리락했다.

증시에서는 '수익률이 적더라도 부침이 덜해야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 기업과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2003년 카드사태를 겪은 카드사나 PF와 함께 나타났다 사라진 대형 저축은행들은 모두 지나친 욕심이 문제였다.

몇년전까지 에스컬레이터에선 급한 이들을 위해 한줄은 비워두라고 했지만 지금은 두줄 서기가 기본이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저축은행들은 또다시 고금리 대출사업이라는 또 다른 에스컬레이터에 타서 뛰려고 혈안이 돼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것도 모자라 뛰어가려는 곳들이 너무 많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