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 공기업의 '꼼수'

[기자수첩]금융 공기업의 '꼼수'

박재범 기자
2011.12.20 15:15

2009년과 2010년. '고작' 1년이지만 은행 입사자에겐 하늘과 땅 정도로 느껴진다. 2010년 입사자의 연봉은 2009년 입사자의 80%에 불과하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1000만원 가까이 된다. 올해 입사한 이들도 같은 처지다.

금융권 고임금 논란에 대응하겠다며 정부가 '계획 없이' 임금에 손을 대 나온 작품이다. 금융 공기업이 총대를 멨고 시중은행도 흉내를 냈다. 계약직이나 비정규직도 아닌 정규 채용인데 이런 '차별'을 받으니 위화감도 이만한 게 없다.

불만뿐 아니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자 결국 정부가 손을 들었다. 사실상 '원상회복'으로 방침을 세웠다. 2년 전처럼 금융 공기업이 앞장섰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금융감독원 등의 임금 조정안을 의결했다. 소급시점은 지난 7월이다. 그런데 기준이 명확치 않다. '지침'이라면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라는 정도다. 올해부터 하긴 해야겠는데 1월까지 돌리기 부담스러우니 '하반기'부터로 타협했다는 후문이다.

회복 정도의 기준도 없다. 여기서 갈린다. 금감원은 1단계로 삭감분의 66%를 충당해준다. 나머지는 내년 1월부터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7월 기준으로 95%, 내년 1월 100%다. 기업은행과 국민은행도 비슷하다.

깎을 때는 같이 20%가 삭감됐는데 회복할 때는 제각각이다. 올 6개월치 연봉은 회사에 따라 '차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산과 인원 등 기관과 회사별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삭감할 때는 이런 논리가 없었다. '꼼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원을 들여다보면 웃음이 더 나온다. 금감원은 기존 직원의 시간외수당을 깎아 충당한다. 연·월차 휴가를 쓰도록 해 아낀 연·월차 보상금으로 신입행원 돈 주는 곳도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번 돈을 활용키로 했다. 이렇다보니 기존 직원이 피해를 보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갈린다. 이 역시 '꼼수'가 낳은 결과다.

임금 회복은 '반드시' 필요하고 대환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원칙'보다 '꼼수'를 용인한 것은 임금 삭감 못지않은 중대 오류다. 이 '꼼수'가 또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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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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