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펀드 판매' 사라졌지만…

'묻지마 펀드 판매' 사라졌지만…

배규민 기자
2012.01.02 07:30

금융도 소비자 시대<중>은행이 달라졌어요…[기자가 직접 가입해보니]

"펀드를 하나 가입하고 싶은데, 추천 좀 해주세요."

"아 그러세요. 투자성향분석부터 먼저 할게요."

기자가 펀드 가입을 문의하기 위해 은행 영업점 몇 곳을 찾았다. 대부분의 은행 직원들은 투자성향분석부터 할 것을 권유했다. 고객의 투자성향분석 결과에 맞게 펀드를 추천하기 위해서다.

투자성향 분석결과(2등급, 적극투자형)보다 더 공격적인 상품 가입을 희망하자 투자자동의서 작성을 전제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동의서에는 모든 손실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서울 일부 지역의 영업점 몇 곳을 방문했기 때문에 모든 영업점이 그렇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예전처럼 '묻지마 펀드 가입'의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무턱대고 특정 상품 가입을 권유하지도 않았고, 투자성향분석-투자자동의서 등의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세스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다만 상담 직원에 따라 펀드 상품 설명 등 정보 제공의 양적·질적 차이가 두드러졌다.

"요즘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너무 큰 거 같은데, 지금 적립식 펀드를 넣어도 될까요?"라고 묻자 A은행 직원은 "적립식은 꾸준히 넣는 거니까 언제 넣어도 상관없어요. 적금 같은 거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직원은 '펀드는 원금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내용도 전달하지 않았다.

B은행 직원은 "내년 8월~9월까지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 같아요. 지금 가입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있습니다. 다만 2년~3년 꾸준히 넣을 것을 생각한다면 가입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상품 추천을 부탁하자 A은행 직원은 본점에서 내려온 이달의 추천펀드 자료를 보여줬다. 적립식 펀드는 3년은 들고 있어야 한다면서도 1개월, 1년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했다.

B은행 직원은 기존에 어떤 펀드를 들고 있는지부터 물었다. 기존에 가입하고 있는 펀드를 알아야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불입하고 있는 적립식 펀드의 종류를 말하자 추가로 적립식 펀드를 넣으려는 목적과 계획하고 있는 적립 기간도 물었다. 그에 따라 추천 상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직원의 역량에 따라 소지비의 권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자처럼 A은행의 직원과 B은행의 직원을 모두 겪은 소비자라면 똑같은 상품이라도 B은행 직원을 통해서 가입할 것이다. 금융도 소비자 시대, 완전 판매를 넘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은행전체의 피나는 노력이 수반돼야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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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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