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낙하산 감사' 금감원의 '오버'

[기자수첩]'낙하산 감사' 금감원의 '오버'

박재범 기자
2012.02.29 14:48

'금감원 낙하산 감사'. 매년 이맘 때 쯤이면 단골로 등장했던 기사 제목이다. 이게 올해는 사라졌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며 금감원이 내린 '결단' 덕이다.

"금감원 출신 인사를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두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저축은행 부실)와 해법(재취업 금지)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는 조치란 지적도 나왔다. 그래도 '상징적 조치' '자숙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그로부터 1년, 그 선언은 유효하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뭐든 과하면 문제다. 최근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시중은행장을 불러 "금감원을 떠난 지 4, 5년 이상 지났더라도 금감원 출신을 선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게 좋은 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금감원 인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데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여론이 좋지 않은데 상징적으로도 금감원 출신 인사가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 입장에선 강한 의지 표명인 셈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너무 무섭다. "보내지 않겠다"는 말과 "받지 말라"는 말 사이 뉘앙스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이런 변화는 규제 범위의 확장을 담고 있다. 내 직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금감원 딱지가 붙은 인사를 절대 받지 말라는 사실상의 행정 지도로 변했다. 금융회사는 물론 금감원 전·현직 직원 모두 금감원 수장의 윤허를 기다려야 한다.

금융회사는 또 금감원 인사를 받을 때처럼 눈치를 봐야 한다. '받지 말라'는 '받아라'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 있어도 금감원 인사는 뽑을 수 없다는 '엄명'을 어겨선 안 된다.

물론 본뜻이 그게 아닐 수 있다.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은연 중 '명령'할 수 있다는 인식이 묻어나는 게 사실이다. 안 보내면 됐지 받지 말라고 한 것은 '오버'한 거다. '받지 말라'고 당부한 게 자랑할 일도, 상징적 조치도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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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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