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부당거래'를 집중 점검키로 했다. 가맹점간 차별 대우 금지를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형 가맹점에 대해 '특혜'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와관련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법 시행 전이라도 사실상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특혜 제공이나 차별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카드사에 직접 공문을 보내 지도했다.
3일 금융당국과 여신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 체결시 유의사항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카드사에 발송했다.
금감원은 여전법 개정안 시행일(2012년 12월 22일) 이전에 특정 가맹점과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을 체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신규 가맹점 계약뿐 아니라 만기 이전에 계약을 다시 체결하거나 장기 수수료율 계약을 하는 등의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또 기존 계약 내용과는 별개로 특정 가맹점에 별도의 대가 지급을 약정하는 행위도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특정 가맹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슈퍼 갑'으로 불리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대형 가맹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거나 각종 서비스 비용을 카드사에 전가하는 등 혜택을 받아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일은 올해말"이라며 "법 시행일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질서 왜곡 현상을 막고 법 취지를 살리자는 의미에서 지도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중 하나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 금지.제18조3의 4항엔 대형가맹점은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거나, 수수료 부담 경감의 목적으로 보상금 등의 대가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동안 일반가맹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해왔던 대형가맹점으로서는 올해 말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율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일부 대형가맹점은 편법을 동원하는 등 시장 질서를 혼란시키는 행위도 적잖게 발생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최근 한 항공사는 카드사들에게 마일리지 판매 대금을 올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운영하면서 마일리지를 선구매한 뒤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해당 항공사와 카드사들은 일상적인 수준의 판매 대금 인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여전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수수료율 인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유사한 내용의 계약 변경이 추가적으로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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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카드사가 가맹점 계약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체결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임시점검 검사시 중점 검사사항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금융당국의 지도 공문은 대형 가맹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카드사의 '보호막이용' 성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할 때 카드사가 버티기 쉽지 않다"며 "금융당국이 지도 방침을 명확히 한 이상 카드사도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말 8개 주요 시중은행의 기업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철저한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당부했다. 현재 각 채권은행들은 여신 500억원 이상 기업들을 상대로 이달 말까지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 조선, 해양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빈틈없는 평가를 진행하라는 주문을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