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사무관 한 명이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 2009년 3월 계약직으로 채용됐으니 3년 남짓만에 이별이다. 변호사로 로펌 생활을 한 경력이 있는 그로선 제자리로 돌아가는 셈인데 아쉬움이 적잖다.
들어올 때 그렇듯 '경력 쌓기' '경력 관리' 등의 말이 따라붙는다. 계약직 성격상 채용 때부터 떠나는 것을 염두에 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경력 쌓기'를 그가 바랐다기보다 제도 자체가 강제한다는 점이다. '경력 쌓기'를 넘어 삶의 방향을 공무원으로 수정하고 싶어도 길이 마땅찮다. 매년 실시되는 '경력직 일반 공모'에 응하면 일반 공무원이 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감내해야 할 게 너무 많다. 그 전의 모든 '경력'이 사라진다. 일반 공모로 채용된 때부터 초임 사무관이 되는 구조다. 사법연수원과 로펌 재직, 금융위 3년의 근무 경력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공무원을 택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
계약 기간은 길어야 5년. 승진은 없다. 서기관으로 승진하려면 사표내고 서기관 직위 계약직에 응모해야 한다. 유학이나 연수 대상도 될 수 없다. 공무원이 바라는 최고의 인센티브가 '승진'과 '유학'이라는 점에서 혜택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조직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다른 보직으로의 이동은 막혀 있다. 일을 잘 해도 그 자리다. 방법은 있지만 돌고 돌아야 한다. 그도 지금 업무를 맡기 위해 지난해 9월 사표를 낸 뒤 다시 채용되는 절차를 밟았다. 금융위에 몸 담은 지 3년이 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제 1년차 사무관이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이렇다보니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대부분 떠난다. 밖에서 들어오는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기 어렵다. 2~3년 업무를 챙긴 인재는 고스란히 사라진다. 물론 계약직의 취지가 '용병' 개념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게 계약직의 도입 목적일 수 있다.
다만 '용병'도 한 곳에 머물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막아 놓는 것은 문제다. 좋은 인재가 떠나는 게 안타깝고 좋은 인재를 머물 게 할 유인이 없는 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