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등록금 카드 납부 정답일까요?

[기자수첩]등록금 카드 납부 정답일까요?

정현수 기자
2012.09.03 16:23

지난 1999년 대학에 입학한 기자의 한 학기 등록금은 180만원 가량이었다. 당시 아르바이트로 인기가 높았던 과외를 하면 한 달에 평균 30만원을 벌 수 있었다. 6개월 동안 과외를 하면 최소한 등록금을 자급할 수 있는 구조였다. 2개를 하면 용돈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등록금은 몇년새 300만원 가량으로 불어났다. 반면 과외비는 제자리였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외비는 일부 떨어졌고 과외 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과외를 2개 해도 등록금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기자가 졸업한 대학의 올해 등록금은 한 학기 평균 430만원. 학생들이 자급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부모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치솟는 등록금에 부모들의 부담이 커진 것도 마찬가지. 결국 등록금 할부가 가능한 신용카드 납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따라 각 카드사들은 대학들에게 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허용해달라고 주문한다. 전체 대학의 20~30% 가량만 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들이 수수료 부담 때문에 부모들의 요구를 묵살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등록금의 카드 수수료는 평균 1.5%다.

대학 등록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일단 여론은 카드사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19대 국회가 열리면서 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쏟아졌다. 대학들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껌값도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에 편의성 차원에서라도 카드 납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당해낼 수 없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록금의 카드 납부가 '정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등록금을 카드로 할부 납부한다고 해도 '등록금=카드결제액'이 되지 않는다. 할부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할부기간을 최대 12개월로 가정했을 때 이자는 20% 가량이다. 차라리 시중은행 등에 빚내서 등록금을 일시 납부하는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카드납부를 원천 차단하려는 대학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선택의 폭을 줄여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솟는 대학등록금의 대안으로 카드 납부를 주장하는 일부 카드사들은 더 큰 문제다.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대학들의 카드 결제율이 채 10%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