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저축은행 종사자들 사이에 새로운 불문율이 생겼다. 안부 묻지 않기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여파다. 그만큼 직장을 잃은 직원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말 8587명에 이르던 저축은행 종사자는 지난해 말 7583명까지 줄어들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명분은 분명했다. 방만한 경영과 불법 대출 등으로 부실덩어리가 된 저축은행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고객들의 쌈짓돈까지 유용한 부실저축은행을 방치할 경우 추가적인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2년여에 걸쳐 27개의 저축은행이 퇴출됐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1차 피해자는 당연히 고객들이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의 대표선수로 여겨졌다. 한푼이 아쉬운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을 애용했다. 일부 부도덕한 저축은행들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후순위채까지 서민들에게 떠넘겼다. 물론 불완전판매였다. 아직까지도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직장을 잃은 저축은행 직원들이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회사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장을 잃었다. 주인이 바뀐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대부분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은 이들도 상당수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던 이들은 재취업의 길이 막막했다. 저축은행 직원이었다는 '주홍 글씨'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저축은행 출신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저축은행의 한 직원은 "회사를 나간 동료들의 처지를 보면서 불안감에 휩싸이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가해자라고도 한다. 오너들의 불법 경영을 방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임원들은 불법 경영에 동참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직장을 잃은 대다수의 직원들은 서민금융기관 종사자로서 묵묵히 일만 해왔던 이들이다. 오너들의 불법 경영을 감시하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마냥 비난할 수만도 없는 문제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부와 부실 저축은행의 새로운 주인들이 한번쯤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